<데스크라인>국민의 정부 IT정책

 ◆이윤재 IT산업부장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정책평가가 시작됐다. 지난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 정부 정보통신정책 평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데 이어 16일부터 시작된 정보통신부 국감에서도 지난 5년간의 정보통신정책 평가가 주요 메뉴로 등장했다. 정통부도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해 지난 5년의 정보통신정책 평가와 향후 5년의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정권 말기에 정책 평가작업은 대단히 중요한 것일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정책에 대한 평가작업은 산업은 물론 경제·사회적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더해준다. 그렇다면 지난 5년 국민의 정부 IT정책은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98년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리고 5년 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나 인터넷 이용 등에서 세계 1위의 국가로 우뚝 섰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서는 이런 ‘IT코리아’의 위치를 분명하게 지구촌에 알렸다. 국내 IT산업의 수출 비중도 지난 98년 25%에서 30% 가까이로 확대됐으며, 무역수지 흑자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휴대폰을 비롯한 몇몇 IT제품은 해외시장에서도 고가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IT벤처육성정책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IMF 한파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벤처 거품이 사라진 후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했으나 ‘IMF 탈출의 선봉자’였음에 틀림없다.

 과(過)도 적지 않다. 정보화 전략이 인프라에 치우치면서 과연 국가와 기업, 개인의 정보화 효율이 높아졌는지 의문이다. 인터넷 인구는 세계적인 수준이나 콘텐츠를 비롯한 인터넷산업 자체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전통산업과 IT의 결합 수준도 우리보다 더 질이 떨어지는 PC를 쓰는 나라보다 못하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IT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잘 나가는’ 대기업에 국한된 일이다.

 우리나라 전자정보 구축은 세계 15등으로 비교적 우등생에 속하지만 정부의 효율성은 세계 49개국 중 26위에 그쳐 전자정부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보화를 이끌어가는 종합조정 기능이 없이 정부 부처마다 따로따로이기에 나타난 결과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의 IT정책에는 대체로 후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80점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세간의 평가는 이보다 훨씬 낮은 것 같다. 초기의 전폭적인 지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져 거의 바닥권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여기에는 IT벤처 비리도 한몫하고 있다.

 IT벤처를 가장한 사기극이 난무하고 애꿎은 소액주주들만 가산을 탕진하면서 ‘도덕적 해이’와 이에 따른 국민의 좌절이 깊어졌다. 국민들이 ‘국민의 정부 IT정책’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마도 여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정책 당국자들은 그러나 “어렵사리 정책을 만들고 부지런히 뛰는 공직자도 많다. 일부의 잘못을 갖고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평가해선 안된다”고 항변한다. 칭찬도 해줘야지 질책만 해야 하느냐는 이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왜 실력보다 낮은 평가가 나오는지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바로 신뢰 하락이다.

 유무선 통합과 통신방송의 융합, 콘텐츠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요약되는 IT산업의 미래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정책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남은 기간 점수를 따는 지름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