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3)-첨단산업 인력난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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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미래 산업이 당면한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난이다. 시장은 급팽창하는데 이를 이끌 사람이 없다. 정보통신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등 첨단산업이 미래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기술인력이 없어 한걸음도 못나갈 판이다.

 이 같은 인력수급 불균형은 이미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기업들은 사람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아우성인데 대학은 낮은 취업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T인력은 3만1000명이나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인력난은 향후 5년간 지속돼 2006년에는 9만9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에서 인력을 대거 수입하지 않는 이상 IT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비단 IT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BT, NT, CT 등에서도 인력수급 불균형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

 과학기술부 집계에 따르면 BT분야의 경우 융합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의 인력 부족률이 현재 60∼70%에 달한다. 특히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생물정보학 등에서는 오는 2005년까지 9470명의 신규수요가 예상되나 공급인력은 수요의 30% 수준인 3080명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와 BT에 이어 미래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NT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이 분야의 경우 국내 전문인력이 손으로 꼽을 정도며 오는 2005년까지 1750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CT분야도 전문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CT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2002년 16만4000명에서 오는 2005년에는 22만3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4만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날로 커가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오히려 더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 국내 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특히 첨단산업의 경우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기 십상이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허문행 IT인력개발단장은 “IT 등 미래산업은 사람에게 체화된 전문지식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는 만큼 인력부족 문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한다.

 인력수급 불균형은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공계 대학 졸업자나 실업고 출신자가 넘쳐 나지만 실제 필요한 첨단분야의 핵심 인력이나 석사급 이상의 고급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이 취업난을 호소하는 것도 이같은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BT분야의 경우 매년 1만7500명 이상의 생물학 전공자가 졸업해 공급초과되고 있는 반면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등 신기술분야에서는 공급이 수요의 절반도 못따라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CT분야에서도 2년제 이상의 대학, 대학원이 200여개나 난립, 무수한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또한 사설학원이나 아카데미 등 비정규 교육기관까지 합치면 인력초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핵심 개발자나 엔지니어 등 고급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수십개의 대학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애니메이션 및 게임관련 전공자가 나오고 있지만 국산 창작 문화상품이 10편을 넘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인력수급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국내 인력양성 시스템이 시장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학 등 정규교육기관이 시장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기업들 79%가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 모집을 희망하고 있다는 최근의 정통부 조사는 대학 교육과 산업체 현실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초 신입사원 재교육비로 국내 기업들이 한햇동안 1조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비정상적인 대학교육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대학이나 기업이 인력양성을 위해 해외의 앞선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는데 인색한 것도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NT와 같은 차세대 기술의 경우 교수인력이나 연구시설 등 인력양성을 위한 기본 인프라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정부는 올해 초부터 미래산업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IT인력양성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난해부터 올해말까지 총 6867억원을 투입하는 등 우수 IT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CT분야 정부예산을 지난해 21억원에서 174억원으로 늘리고 ‘문화콘텐츠대학원대학교’ 설립 등을 추진중이다.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등도 각각 예산을 확충하고 BT 및 NT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각종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인적자원부는 ‘두뇌한국(BK) 21’사업의 일환으로 각 분야 핵심인력 양성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미래산업 전문인력 양성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수인력 확보는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의 대책이 최근에서야 수립된 데다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전시행정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수립 과정에서 고질병인 정부부처간 영역다툼이 재연돼 중복투자를 통한 예산낭비를 획책하고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력의 질적수급 불균형을 들어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도입해 효과적으로 예산을 배분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별 영역다툼으로 이같은 원칙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전체적인 IT인력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책임있는 정부기관이나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뿐 아니라 교육기관도 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전통적인 학문을 그대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산업 현실에 맞는 인력양성시스템을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목소리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대학내 역학관계로 말미암아 해결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인력수급 불균형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현 박사는 “우리나라 대학이나 기업들의 인력교육은 진공관 시절의 교육방식이나 커리큘럼으로 반도체 시대의 직원들을 가르치는 격”이라며 “변화된 환경에 맞춰 발빠르게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진흥원 허문행 단장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교수인력 확보가 아주 중요한 만큼 산업계 전문가들이 대학 강사로 적극 나서는 등 대학과 산업계가 밀착하는 인력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뿐 아니라 대학, 기업 등 3자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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