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석 외국기업협회장 y-shon@ti.com
요즈음은 중국으로 출장 갈 기회가 많아 중국 IT 산업에 대해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중국을 보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이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해외 투자를 중국으로 다 빼앗기고 있고 대만도 중국으로 PC 산업을 이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동남아시아 국가나 대만보다는 좀 나을지 모르지만 대세로 보면 마찬가지다. 이미 TV나 오디오 VCR 같은 저가의 가전제품들은 중국으로 거의 이전이 된 상태다. 이동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정도가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지닌 분야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동통신 분야에서조차도 중국의 화웨이, ZTE, 다탕 같은 통신회사들이 유선통신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빠른 속도로 공략해 오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우리도 앞으로 2∼3년 내에 중국의 거센 도전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 IT산업의 운명은 중국 IT산업의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중국의 거센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선진 IT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 철저히 특화해 나가야 한다. 그 동안 우리가 배워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대기업형 일본모델, 즉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은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자금력 그리고 저임의 노동력을 가진 중국 기업들과 가격이나 물량만을 가지고는 도저히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천기술부터 상용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 특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첩경이다.
둘째, 스피드다. 중국이란 거인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 경영만이 우리가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GSM이나 CDMA 전화기가 그 좋은 예다. 누구나 다 만들 수는 있지만 품질과 기능면에서 월등하게 우수한 제품은 한국만이 만들 수 있어 삼성을 비롯하여 중소업체들의 제품조차도 국제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거의 6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술력과 스피드를 갖춘 이동전화기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셋째,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다. 대만이 지금처럼 어려움에 빠진 것은 그 동안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고 생산과 판매에 치중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세계 PC 시장을 석권했지만 장기적으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T 분야의 기술수준은 TFT LCD, CDMA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OS, DBMS, 인터넷기술, 보안·인증, 디지털방송 등의 소프트웨어와 통신장비 등 하드웨어 부문의 핵심 및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비하여 2∼3년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IT산업 경쟁력 제고는 결국 핵심기술 및 미래기술의 개발과 보유에 달려 있음을 직시하고 국가와 기업은 연구개발에 대한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넷째, 소프트웨어 산업의 적극적 육성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I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은 편이나,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이 분야에 우리는 풍부한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전략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정책 및 장기적인 인력 정책을 수립하고 저작권을 보호·존중하는 풍토를 정착시켜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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