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인 램버스 D램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램버스가 잇따른 소송과 소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메모리업계의 트러블메이커 신세로 전락했다.
램버스는 하이닉스반도체·마이크론테크놀로지·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으로부터 특허권 불인정 소송에 휘말리며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이닉스 등 3개 회사는 램버스 D램의 특허권을 SD램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에 확대 적용하는 램버스의 권리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부터 SD램과 DDR SD램의 로열티 제공을 거부하고 유럽국가와 미국 법원에서 관련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럽특허청(EPO)은 반도체 3사가 낸 이의신청을 처리하며 램버스가 주장한 유럽특허 권리 범위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반도체 3사는 EPO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한 반면 램버스측은 “3개 메모리 제조업체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EPO가 기각하고 자사의 특허권을 인정했다”고 해석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두 진영의 갈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EPO의 이번 결정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불법 특허 획득에 관한 조사나 기타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램버스 편에서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지만 램버스 측은 “EPO의 발표가 현재 미국에서 진행중인 특허권 관련 소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미국 EBN은 인텔의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어 “추후 램버스 D램을 지원한 칩세트 개발계획은 없다”고 언급하면서 램버스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EBN은 “인텔은 1066㎒급 램버스 D램을 지원하기 위해 i850 칩세트를 수개월 안에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지만 차세대 버전인 1200·1300㎒급 램버스 D램을 지원하는 별도의 칩세트 개발계획은 없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현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DDR SD램에 인텔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2006년 이후 램버스 D램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램버스 D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인텔 측은 그러나 “램버스 D램을 버리고 DDR SD램만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확정한 바 없으며 시장상황에 맞도록 다양한 메모리를 지원하는 것이 인텔의 기본방침”이라며 ‘램버스 D램 퇴출설’을 애써 희석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최대 램버스 D램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램버스 D램의 퇴조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퇴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램버스의 우군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인텔의 후원(?)에 힘입어 램버스가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지역신문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램버스를 싸움꾼에 비유하며 주가관리를 위해 램버스가 소송에 주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소동(ruckus)’을 예고했다.
2000년 1월 램버스는 메모리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준비하며 20달러 수준에 불과한 주가를 같은해 6월 117.38달러까지 끌어올렸으나 메모리업체들의 맞소송 제기와 시장불황 등의 여파로 지금은 5달러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때문에 과거 특허소송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램버스가 주가관리 차원에서 일련의 소송 전쟁에 또 다시 나설 개연성이 높아 당분간 트러블메이커의 꼬리표는 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너제이(미국)=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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