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영등위와 아케이드산업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아케이드게임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2년째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게임개발원에서 발간한 ‘2002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아케이드게임시장의 규모는 지난해보다 3% 줄어든 1조296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대표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아케이드게임시장은 겉만 요란하지 정작 실속은 없다고 털어놓는다. 실제로 아케이드게임기의 수요처인 아케이드게임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만5000개에 이르던 게임장은 지난해 20%가 줄어들었다. 장사가 안되면서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정부에 대고 갖가지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 심의기준 완화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업계의 요구도 있고 해서 이번에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더이상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심의기준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영등위는 개정안에서 화투 또는 포커류의 성인용 게임기에 부가게임으로 릴게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아울러 메달게임기에도 화투와 포커류의 부가게임을 허용키로 했다. 영등위는 심의기준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전향적인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영등위가 들고 나온 이유가 궁색하다. 아케이드게임산업의 활성화를 내건 것이 그렇다.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다른 기관도 아니고 영등위가 이를 들고 나온 것에 문제가 있다. 영등위의 설립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영등위의 임무는 영상물의 공공성 및 윤리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산업의 활성화는 영등위의 임무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다. 물론 규제완화는 산업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영등위가 산업 측면을 고려할 수 있지만 산업활성화를 위해 심의기준을 고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취지는 좋지만 본질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영등위가 산업활성화를 들먹이면서까지 심의기준을 고치는 것은 너무 궁색하다. 영등위가 나서기보다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나서야 한다.

 지금 아케이드업계가 당면한 문제는 영등위의 심의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케이드게임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산업흐름상 당연한 일이다. PC방이 등장하면서 굳이 아케이드게임장을 찾아가 게임을 즐길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런데도 아케이드게임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청소년들의 발길이 멀어지고 있다. 아케이드게임장 스스로 변해야 한다.

 영화관의 변화를 잘 살펴봐야 한다. 멀티플렉스로 바뀌면서 점차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물론 좋은 영화가 많아진 덕이기도 하지만 극장 스스로 변함으로써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케이드게임장도 이제 더이상 심의기준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케이드게임 심의기준을 완화해서 성인용 게임물이 등장한다고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성인용 오락장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유통구조의 개선책이 뒤따라 줘야 한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건전한 오락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 게임장에 대해 세제지원은 물론 전기료 등을 감면해주거나 시설비 등을 저리로 지원해줘야 한다. 오히려 청소년 게임장에 대한 최소한의 시설기준을 마련, 학교 근처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 등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게임들이 개발되도록 게임개발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장이 형성될 때 아케이드게임산업이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