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활황시기에 기업들이 발행했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만기가 올해 말 집중된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도래하는 코스닥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코스닥시장 전체에도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활황 당시 쉬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됐던 CB·BW가 부메랑처럼 2, 3년여 만에 악재가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등록기업의 CB와 BW 물량은 총 3505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만기도래 물량 529억원의 7배에 달한다. 지난 상반기 1384억원보다도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특히 하반기 도래하는 만기물량은 연말로 갈수록 집중되고 있다.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CB와 BW는 대부분 코스닥 초기 활황 당시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이 99년에 발행한 3년 만기짜리 주식연계채권이었다. 표참조
CB와 BW의 만기가 도래하면 기업들은 이를 상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해 줘야 한다. 따라서 코스닥 기업들은 연말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 CB와 BW를 주식으로 전환해주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부채의 자본금 전환으로 분자는 작아지고 분모가 커지는 효과) 실제 운영자금의 지출이 없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발행주식수 증가로 주식가치의 하락은 불가피하게 된다.
한 증시 관계자는 “회사 자금여력이 있는 경우 만기시 상환하는 게 기존 주주들에게는 이득이 된다”며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상환능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전환가나 행사가를 여러 차례 하향하면서 주식전환을 유도하는 기업들이 월등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새로 채권을 발행해서 만기를 연장시키는 차환발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모 형태를 취했지만 CB와 BW의 인수자를 정해놓고 일부 이면 계약 등을 통해 풋백옵션(일종의 손실보전 계약)을 부여했던 기업들의 타격은 터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기업 가운데는 대규모 주식전환을 통해 지분변동은 물론 경영권이 바뀔 수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9년 말부터 불어닥친 ‘코스닥 열풍’ 속에 많은 기업들이 CB와 BW로 쉽게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이후 경기하락과 방만한 경영 등으로 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코스닥시장의 CB와 BW에 대한 부담은 내년 상반기까지 가중될 전망이며 연이은 각종 비리와 함께 코스닥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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