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신인류가 달린다-억대연봉을 받는 사람들(2)

 ■IT업계에 연봉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

 비록 올해 IT경기의 회복부진으로 고액 연봉자수가 상대적으로 비IT분야에 비해 수가 적기는 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무대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CEO)은 1인당 평균 36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컨설턴트의 경우 초봉이 1억원이다. 5∼8년차 컨설턴트는 무려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계 IT CEO의 경우에도 보통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고 실적이 좋은 CEO의 경우에는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대기업의 임원급이 아닌 일반 직원에서도 억대 연봉자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억대 연봉의 구조가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등록된 주부판매사원은 전국에 걸쳐 12만명에 이른다. LG전자도 등록된 판매사원 1만명 중 활동인원은 3000여명 수준이다. 이들 가운데 LG전자 판매사원 김정애씨는 지난해 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보통 판매금액의 5% 수준이 수당으로 책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는 최소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입사 2년 만에 판매여왕에 오른 김씨는 “고객에게 정직한 것이 모토이자 영업비결”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거둔 판매왕 최인숙씨는 전년 대비 40% 가량 늘어난 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입사 4년차인 최씨는 전년도에 자신이 세운 24억원의 기록을 갱신, 주부 판매왕 2연패를 달성했다.

 만도공조 주부사원 이항애씨도 지난해 에어컨 355대, 김치냉장고 750대 등 총 13억2840만원어치를 판매,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매일 평균 딤채 2대와 에어컨 1대를 판 셈이다. 판매경력 5년째인 그는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영업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고객리스트 5000여명을 정리해 가정 대소사를 챙겨주는 등 남다른 고객관리가 영업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IT업계의 영업직도 고액 연봉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IBM·시스코 등 외국계 IT기업의 경우 임원이 아니더라도 부장급은 1억∼2억원대 연봉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또 5∼7년차 IT영업인 중에서도 억대 연봉자가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물론 목표실적을 달성할 경우다. 매출목표를 달성하면 당초 받기로 한 연봉에다 연봉의 30%를 더 얹어주기 때문에 고액 연봉이 가능하다고 헤드헌터들은 전한다.

 현재 나노기술과 모바일기술 개발자들도 현재 수요에 비해 인력공급이 현저하게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2∼3년차 이상만 돼도 이적료를 수천만원씩 받고 고액의 연봉에 직장을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20대 중후반의 젊은 기술자로 이적료와 인센티브를 합하면 억대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헤드헌팅업체 에이치알파트너스의 오윤경 부장은 말했다.

 특히 인터넷과 관련한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 중에도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 프리랜서로 근무하면서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챙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웹사이트 구축이 활발한 가운데 기업들이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솔루션을 잇따라 적용하면서 아이파트너스 M이사 등 웹에이전시 업체의 인력 중에서도 1억원대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출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활성화로 네트워크 서버관리자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특히 서버관리자들은 수가 50여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희소성은 때문에 경력 5년차인 경우 1억원대 이상을 받고 있고 이직시 몸값이 천정부지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라클의 기업용 DB관리자 자격증인 OCP(Oracle Certified Professional)를 강의하는 장석주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갓 서른인 그는 업계 최고 수준인 시간당 8만∼10만원 정도의 강의료를 받고 있다. 그가 강의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어림잡아도 연간 1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서울대·포항공대·KAIST 출신에 전자·정보통신 관련학과를 졸업한 IT분야의 벤처기업 개발팀장들은 일반 업체에선 과장급에 해당되지만 7000만∼8000만원의 연봉에다 옵션까지 합하면 억대 연봉을 쉽사리 넘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미국 보안기관의 인증제인 ‘시사(CISA)’를 획득한 국내 인력은 고작 5∼6명에 밖에 안돼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 1억원대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전산화 통합으로 금융기법과 IT기술을 접목한 고급 인력의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 고액의 연봉자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CRM 등 분야의 인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데 해당 인력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금융계는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우수 인력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헤드헌팅업체 스타커뮤니케이션 김훈영 이사는 말했다.

 에이치알파트너스 이도영 사장은 “최근에는 한두명의 스타급 능력있는 사람이 기업의 성공 정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경영층이 많아지고 있다”며 “실제 이를 반영한 듯 억대 연봉자의 채용을 의뢰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억대 연봉은 직장인에게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소외감마저 들게 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한번쯤이란 생각과 함께 도전해 볼만한 목표란 인식을 갖는 직장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고액 연봉의 혁명이 직장사회 하부구조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휴먼 브랜드 고급화 바람 ■

 ‘오직 실력만으로 자신을 입증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불기 시작한 성과급제가 제자리를 잡아가면서 실력으로 자신의 연봉을 결정하려는 분위기가 직장인 사회에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능력을 우선시한 성과보상제가 직장인에게 자기계발을 위한 동기부여를 촉진시키고 회사에는 최대한의 성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경제불황을 탈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주목받자 직장인 사회에 몸값 올리기 운동이 붐을 타고 있다.

 또 대기업과 중견기업 할 것 없이 앞다퉈 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직급 위주의 단순 성과보상제가 아닌 능력 본위의 파격적인 성과보상시스템이 도입돼 우수 인력이 실력으로 억대 연봉의 서열에 오르고자 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녀 내지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인들 사이엔 그야말로 몸값을 2배 이상으로 높이려는 휴먼브랜드 도입 열기가 그 어느때보다 한껏 고조돼 직장인 사회의 커다란 트렌드를 형성하고있다.

 사비를 들여 퇴근 후 또는 주말을 이용해 MBA 등 학위와 각종 자격증을 따는 등 경력 업그레이드에 최선을 다한다. 어학·프로그램개발 등 전문성을 보다 갖추기 위해 사내 공부모임과 온라인 스터디그룹도 적극 결성하고 있다.

 전문성을 길러 자신의 몸값 내지는 상품가치를 한 단계 올림으로써 좀 더 나은 직장을 찾아보려는 늦깎이 학업열풍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갑자기 찾아든 위기를 적절하게 돌파하거나 일생에 한두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의 무대에 반드시 서기 위해 능력배양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인 잡코리아가 지난 8월께 직장인 1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5%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함으로써 현대사회엔 모 카드회사 광고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또 경력쌓기를 위해 이력서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평균 5년을 주기로 이직하면서 경력을 쌓기로 하는 등 자신의 몸가치를 높임으로써 평생직장의 통념을 깨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우수 인재들은 이직시 연봉이 20∼30% 가량 올라가는 게 기본이라고 헤드헌터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업체간의 총성없는 전쟁도 휴먼브랜드 도입의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외국계 IT기업, 중견업체들이 최근 최고의 인재를 뽑는 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최고를 추구하는 업체들은 우수 재목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의 인재확보 전쟁은 그야말로 국경·나이·성별을 초월하는 추세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채용하겠다는 것이 기업의 기본 방침이다. 글로벌경쟁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IT업계가 불경기를 맞이함에 따라 단순히 고액의 월급만 받는 직원이 아닌 경영자 시각에서 기업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그야말로 ‘경영 동반자’ 역할의 인물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또 IT기업을 중심으로 우수인력을 추천하는 자사 직원에겐 일정한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새로운 인력 스카우트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우수 인력은 인력 사냥꾼의 주요 타깃이 된다. 헤드헌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간에 핵심 인력을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이들 인력의 이적료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해 스카우트 열기는 휴먼브랜드 대중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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