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인사가 만사’라 했다. 소수의 핵심인력이 대다수 집단 구성원을 이끌어간다는 점에 미뤄볼 때 인재발굴과 인력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미 GE나 소니, 메릴린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핵심인재상을 설정하고 이들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으로는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등 지적인 능력 외에 조직에 융화하는 능력과 도덕성, 인간적인 매력 등을 꼽았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에 맞는 마인드를 갖추고 세계 정세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추진력 등을 종합적으로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단기적인 인력의 활용에서 그치지 않고 조직의 변화를 주도해 향후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요구한다.
세계가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2000년 IMD 국제경쟁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은 조사대상 47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000년 12월 발표한 98년 기준 ‘생산성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일본은 103.5, 미국은 143.8을 기록했으며 서비스업의 경우는 더욱 심해 일본이 163.7, 미국이 232.3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나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며 결국은 기업의 파산 및 도태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막강한 엘리트, 즉 핵심인력의 발굴과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세계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글로벌화하면서 글로벌에 맞는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이란 글로벌 차원에서 사업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온 구성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최상의 효과를 내도록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사람들의 풀(pool)을 확보하고 이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도시바는 91년 세계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적인 경영·경제 분야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글로벌 경영자문단을 구성해 향후 세계적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데 기반을 쌓았다.
기업의 입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이미 리더십을 갖춘 CEO를 영입하는 것이다. 영국의 항공사 브리티시에어웨이는 호주 출신의 사장을 영입했으며 스위스회사인 네슬레는 최고 경영진 9명 가운데 오스트리아 인 3명, 미국인 2명과 스페인, 호주, 스웨덴, 멕시코 출신 등으로 구성해 자국인 임원은 임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들도 인재양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인력양성을 위해 핵심전략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고급 인력 양성 및 개발,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우선 인적자원개발회의를 중심으로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총괄 조정체계를 구축하며, 중장기 전략분야 인력수급 전망체제 및 인력 DB를 구축키로 했다. 또 경쟁력 있는 핵심기술 분야에 연구개발(R&D)을 집중 투자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현장성 있는 인력양성 기반을 마련하며 국가전략 분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 육성을 강화하고 우수인력 유인체제를 구축한다. 국내 양성이 어려운 고급인력은 국제공동연구사업 추진하거나 해외기술원천지에 연구거점 확보하는 등 해외양성 및 유치하는 방법도 사용키로 했다.
국내 기업 역시 핵심 인력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은 해외 현지에서 우수인력 찾기에 나서는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재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글로벌 사회에서 기업들은 자국의 인력만을 채용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우수인재 확보와 육성을 최대 과제로 삼고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영입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우수대학 유학생들과 현지 인력을 대상으로 R&D·마케팅·금융·디자인·정보기술 등 경영 전 분야에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석박사급 우수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국내에 근무 중인 외국인은 대부분 R&D 분야에 집중돼 있지만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으로 채용 분야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해외지사나 법인에 근무 중인 직원은 총 6만8000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2만명 수준이다.
삼성종합기술원도 전체 연구인력의 5%선인 외국인 비중을 2005년까지 10%선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종합기술원에는 이미 전자·전기·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40여명의 미국·인도·러시아 출신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외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글로벌HR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인재확보에 적극적이다. 일등LG 구현을 위해서는 우수인력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기업의 방침 때문이다. LG전자는 인도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법인과 연계하고 우수두뇌를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실시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50여명을 선발했다. 인도 현지의 소프트웨어랩에서도 50명 정도의 인력 풀을 별도로 조성, 국내에서 요청한 프로젝트를 전담함으로써 국내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매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채용행사를 개최, 현재 40여명의 러시아 인력이 국내 연구소를 거쳐 갔거나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모스크바 LGTCM·상트 페테르부르크 소프트웨어랩을 운영, 현지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수급의 불균형이다. 여성인력의 활용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데다 이공계의 기피현상까지 겹쳐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7.4%로 선진국이 50∼60%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여성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육아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등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에 수반되는 비용을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게 여성계는 물론 일반 기업의 생각이기도 하다.
국내 인력수급현황을 살펴보면 이공계 지원자들이 점점 줄어들며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 수능시험 지원자 현황을 봐도 자연계 수능지원 인원이 96년에는 35만명이던 것이 2002년 2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전공 지원자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이공계 인력의 학력저하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2002년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성취도 평가시험에서 대상자 1294명 중 14%인 180명이 낙제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화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기술적 기반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 중 장쩌민 주석, 리펑 위원장, 주룽지 총리 등 6명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을 볼 때 중국의 막강한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다.
IT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이러한 인력의 불균형을 하루빨리 해소하면서 진정한 파워엘리트들을 양성해나가야 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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