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기술연구의 산실:대학IT연구센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32개 ITRC 현황

 ‘미래기술 탄생의 밑거름.’

 미래 정보기술(IT)의 발전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대학은 이른바 ‘돈’이 될 만한 기술개발에만 연연하지 않으며 산업구도를 바꿀 수 있는 대규모 IT프로젝트만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대학은 IT발전에 있어서 결코 제외될 수 없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모든 미래기술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기초 핵심기술 연구는 물론 미래 IT산업을 이끌어갈 고급인력 양성의 역할도 수행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그렇기에 해외 선진국에서는 정부는 물론 산업계 차원에서도 대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대학의 기술연구 지원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최근 대학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대학이 IT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학의 IT연구 중심에는 대학IT연구센터(ITRC: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Center)가 자리잡고 있다.

 ITRC는 지난 2000년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석박사급의 고급인력이 결집되어 있는 대학의 IT분야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IT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취지에서 지정해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사업 실시 첫 해 25개 연구센터가 ITRC로 선정된 이래 현재는 21개 대학에서 총 32개 연구센터가 ITRC로 지정돼 1500여명의 최정예 IT전문 인력이 매년 4억원씩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으면서 미래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ITRC는 연구센터별로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개발기술의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감으로써 그동안 일반 기업의 연구소에 비해 첨단기술의 수용속도가 느리고 연구인력이 부족하다는 대학 연구센터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지난 5월 ITRC협의회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주관한 ‘ITRC포럼 2002’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60여개의 IT연구과제가 관련 산업체에 이전되어 상용화되고 있어 단순히 대학내 연구실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IT산업 현장에 응용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보통신부는 해마다 각 ITRC의 연구실적을 토대로 실적이 부진한 곳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연구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ITRC는 소프트웨어 분야(7개), 디지털 분야(4개), 정보보호 분야(4개), 통신 분야(11개), 부품 분야(5개), 기타(1개) 등 크게 6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21세기 새로운 운용체계로 그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리눅스 시스템을 연구하는 ‘건국대 소프트웨어연구센터’를 비롯해 지능형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연구하는 ‘인하대 지능형 GIS연구센터’, 차세대 인터넷 응용 소프트웨어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경북대 차세대정보통신연구소’ 등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경북대 차세대정보통신연구소는 21세기 유무선 통합 초고속인터넷 환경에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데 필요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연구소는 ‘언제 어디서나(wherever/anywhere)’ 구현되는 초고속인터넷 환경을 앞당기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인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제어 및 관리 소프트웨어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이 연구소는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로 불리는 IPv6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통신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으며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QoS(Quality of Service) 및 서비스수준협약(SLA)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친 상태다.

 ITRC 중 가장 많은 11개 센터가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통신 분야에서는 고성능 인터넷 네트워킹 기술을 연구하는 ‘고려대 차세대인터넷연구센터’, 차세대 고속 무선통신 기술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서울대 차세대 무선통신연구센터’, 그리드(GRID)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그리드 미들웨어연구센터’ 등이 통신 강국 한국의 영광을 이어나가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소의 불을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일찌기 지난 91년 설립돼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서울대 차세대 무선통신연구센터는 광대역 CDMA시스템을 위한 다중사용자검출기술, OFDM 방식의 성능향상 신호처리 기술 등 5개 분야의 세부과제 활동을 통해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또한 미래 네트워킹 및 컴퓨팅 환경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리드를 연구하는 ICU 그리드미들웨어연구센터는 그리드 보안프로토콜 설계, 그리드 미들웨어 기술 및 자원기술 개발 등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 분야에서는 차세대 지능형 방송기술을 연구하는 ‘연세대 차세대방송기술연구센터’, 가상현실을 산업현장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활동을 벌이는 ‘이화여대 컴퓨터그래픽스/가상현실 연구센터’ 등 4개 연구센터가 ITRC로 선정돼 활동하고 있으며 정보보호, 부품 분야에서도 10여개 ITRC가 미래 정보통신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 사업을 지원하는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측은 ITRC가 대학연구능력 수준향상은 물론 국내 IT분야 기술발달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보고 내년부터는 연간 지원금액의 규모를 현행 수준의 2배인 8억원으로 늘리고 연구기간도 현행 4년에서 최대 8년으로 늘리는 등 지원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지난 3년간 ITRC의 실적 ■ 

 ITRC는 단순한 기술교육의 장이 아니라 첨단 하이테크 기술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3년간의 ITRC 사업결과로 상용화 단계에 이른 기술은 총 60여건에 이를 정도로 ITRC는 국내 IT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는 공개키기반구조(PKI) 솔루션 전문업체인 케이사인(대표 홍기융)과 공동작업을 통해 타원곡선을 이용한 공개키 암호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국내 최초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서 시행하는 전자서명법 기반의 무선 공인인증 실질검사를 모두 통과했으며 LG텔레콤에서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 컴퓨터그래픽스/가상현실연구센터는 비쥬텍3D, 엔젠테크놀로지 등과 함께 ‘모바일 3D게임 케릭터’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조만간 이 기술을 ‘모바일 페이셜 메일’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광운대 RFIC(Radio Frequency Integrated Circuits)센터는 기존 접시형 안테나에 비해 크기를 줄이고 강우시 화질의 떨림을 개선한 위성방송 수신용 평판 안테나를 개발해 국내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시스템은 물론 일본 시장에도 공급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건국대 소프트웨어연구센터가 개발한 실시간 리눅스 운용체계인 ‘TMO-리눅스’를 관련업체에 기술 이전되는 등 여러 ITRC가 그동안 수행해온 연구과제를 단순히 연구실 교육용이 아닌 실제 IT산업에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관련 산업체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강철희 회장(고려대 교수) ITRC협의회(사진) ■ 

 “대학은 정보기술 발전의 디딤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ITRC는 단순히 대학의 연구역량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국내 IT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ITRC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강철희 고려대 전자공학과 교수(55)는 ITRC는 한국의 IT산업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ITRC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전국 34개 ITRC를 통해 배출되는 석박사 인력이 매년 1500여명에 이른다”며 ITRC사업에 의한 고급인력 양성효과가 매우 높다고 평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각종 신기술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고 해외 논문발표 및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정기적으로 관련정보를 교환하다보면 ITRC에 몸담고 있는 1500여명의 학생들의 IT연구능력은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신 역시 ITRC의 한 곳인 고려대 차세대인터넷연구센터장을 맡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 교수는 “ITRC사업 이후 센터 학생들의 연구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음을 느낄 수 있다”며 흐뭇해했다.

 이와 함께 그는 “ITRC는 센터별로 관련 산업체와 연구개발 작업을 공동 수행하기 때문에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산업 공헌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ITRC가 기술 상용화에 치중해 대학 본연의 기능인 전문인력 양성에 소흘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강철희 교수는 “ITRC는 산업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전문인력 양성, 연구의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당장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욕심이 앞선 나머지 미래 첨단 과학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핵심기술 연구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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