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듈 평균공급가격(ASP)이 4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관련 소재 및 부품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디스 등 TFT LCD 업체들이 지속적인 가격하락으로 인한 하반기 실적 악화를 우려, 중소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공급가 인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6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모니터용 15인치 모듈 ASP는 이달중 220달러대, 4분기에는 21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업계 주력제품인 노트북용 15인치와 모니터용 17 및 18.1인치용 모듈 가격도 편차는 있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관련 소재 및 부품 공급가격은 지난해 평균 20∼30% 이상 대폭 하향조정됐지만, 올들어서는 9% 안팎 소폭 인하된 백라이트유닛(BLU)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격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이에 따라 LCD 소재·부품업계는 관례에 비춰 모듈업체들이 조만간 어떤식으로든 가격인하 압력을 가해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 모듈업체들의 경우 공급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압력을 중소 협력사들에 전가할 수 있지만, 관련 소재·부품업체들은 기초 원부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데다,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아 납품가격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원가절감을 위해 비용절감과 함께 원가절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외부적으로 모듈업계의 가격인하 압력에 정면 대응한다는 전략.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종속적인 수급구조상 모듈업체의 예봉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소업계는 지난해 모듈가격 폭락세에 납품가격을 대폭 하향조정했지만, 이후 올 상반기 모듈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탈 때에도 가격인상이 없었던 점을 강조한다. BLU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번 떨어진 부품·소재가격은 다시 상향조정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면서 “상반기에 LCD 초호황기에 중소업체들은 수혜를 별로 누리지 못했다는 점을 모듈업체들이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LCD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지만 관련 소재·부품업체에 이를 전가할 명분이 낮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상반기에 모듈업체들이 워낙 실적이 좋았던데다, 모듈업체 스스로도 제조원가를 대폭 낮춰 아직은 가격하락세를 충분히 견딜만 하다는 분석이다.
세종증권 최시원 연구위원은 “상반기 LCD 가격 상승기에 국내 모듈업체들이 대만에 비해 10∼20달러의 가격 프리미엄을 받은데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대형 및 고해상도 제품 비중을 높였다”면서 “특히 주요 부품 재고율이 낮아 모듈가격 하락을 부품업체에 전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LCD 제조원가를 올해 평균 13달러, 내년에는 10달러선까지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힌 것만 봐도 가격하락 못지않게 원가절감이 이뤄지고 있음이 입증됐다”면서 “이제 모듈업체와 소재·부품업체들이 ‘윈윈’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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