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동창생 찾기 사이트` 닷컴신화 재도전

 시애틀의 조그만 회사가 인터넷 사업 성공의 새 공식을 만들었다.

 그 비결은 ‘추억(nostalgia)’이다.

 화제의 기업은 동창회 사이트 클라스메이츠닷컴. 이 사이트는 동창들의 소식을 전해주며 수백만달러의 짭짤한 수입까지 올려 인터넷 기업 성공의 새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고등학교 학교 무도회 때 그 파트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친하게 지내던 그 친구는 잘 나가는 판사가 됐나 아니면 술주정뱅이 백수가 됐을까.

 동창회 사이트가 이런 모든 궁금증을 풀어준다.

 클라스메이츠닷컴은 옛 친구들을 연결시켜주고 심지어 자신도 몰랐던 딸을 만나게 해주는 식으로 웹사이트는 으레 광고가 안되면 적자를 면키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동창들은 이 사이트에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것 이외에 자신이 모는 자동차와 기르는 애완동물을 동창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사이트를 매개로 수십년간 떨어져 있던 죽마고우를 만나 결혼한 이들도 수십쌍이 넘는다.

 클라스메이츠닷컴의 등록 이용자는 3000만명을 넘어 미국 인터넷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며 이 중 유료회원이 170만명으로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 가입자의 거의 3배 규모다. 인터넷이용 조사업체 미디어메트릭스는 클라스메이츠가 아마존닷컴 다음으로 9번째로 가장 많이 접속하는 인터넷 사이트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음달에는 잡지까지 발간하며 동창들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인터넷산업 조사업체 웹머저스의 팀 밀러 사장은 클라스메이츠닷컴의 성공 배경에 대해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가 들어 우정의 가치를 생각할 시점에 이른 것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고 해석했다.

 밀러 사장은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이런 종류의 사이트를 ‘닷컴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견주고 “모든 산업이 비즈니스 모델 정립에 급급하고 있는 때 이런 사이트가 성공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꼽았다.

 동창회 사이트 접속자는 등록만 하면 학교, 졸업연도별로 동창 명단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나 동창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추가 정보를 얻고 싶으면 회비를 내야 한다. 현재 170만명이 연회비 36달러를 내고 동창에게 e메일을 보내고 사진과 이력서를 보고 있다. 회원은 이밖에 소득, 정치성향 등 수십가지 영역별로 나눠 동창과 자신을 견줘볼 수 있다.

 동창, 친지 등 재회를 주선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클라스메이츠닷컴만은 아니다. 밀리터리브래츠닷컴, 클라스리유니언닷컴, 리유니언스닷컴 등이 같은 목적의 재회 사이트들이다. 다만 이 중 클라스메이츠가 규모가 훨씬 크다.

 클라스메이츠는 500개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문을 닫거나 파산을 선언한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다. 개인회사인 이 회사 중역들은 이익규모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올해 이익이 수백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 거품 붕괴는 아니러니컬하게 클라스메이츠에 도약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회사는 창업 후 처음 몇년 동안은 고전하다가 웹의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광고료가 바닥으로 떨어진 뒤 야후 같은 웹사이트에 광고를 내기 시작하면서 회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클라스메이츠는 특히 올해 설치한 ‘비교해봅시다’ 코너가 폭발적 인기를 끌어 매일 사이트에 수천개의 개인 프로필이 올라오고 있다. 비교하기 코너에서는 예를 들어 자신의 소득수준이 동창회 상위 10% 안에 드는지, 동창회 중 상급학교 진학자, 결혼, 이혼, 자녀수 등 상세한 내용을 서로 견줄 수 있다.

 클라스메이츠는 가장 앞장서 인터넷 회원제 사업모델을 본격 실험하고 있다.

 이 회사가 당면한 현안 중 한 가지는 회원들이 감동적인 재회 후에도 사이트를 다시 찾도록 만드는 길을 찾는 일이다. 사이트가 회원간 전자우편 교환을 주선해주나 회원들이 일단 연결되면 직접 자기들끼리 접촉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셔츨러 클라스메이츠 CEO는 “대안으로 서비스를 영국, 캐나다, 홍콩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사람간의 연결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든지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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