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5일 발표한 ‘IT산업 해외진출 종합대책(e실크로드)’은 자칫 꺼질 수도 있는 국내 IT산업 엔진에 ‘해외시장 공략’이라는 기름을 새로 부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상철 장관은 “미국 등 해외 IT산업이 침체됐으나 다행히 국내 IT산업은 활성화했다”면서 “지금처럼 잘 될 때 준비를 잘 해야 IT침체의 역풍이 우리에게도 오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실크로드’ 계획은 특히 마케팅과 금융 등 그간 절실한 수요에 비해 미흡했던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이전의 해외진출 지원계획에 비해 실효를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추진 배경=IT산업의 해외진출은 예전부터 시도됐던 것이나 삼성이나 LG 같은 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거의 실패한 게 사실이다. 이는 IT수출 구조가 특정 품목과 국가에 편중된데다 금융지원이 취약하며 정책적인 지원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IT수출 중 반도체, 이동통신기기, LCD 모니터 등 3대 품목의 비중은 무려 70%를 넘으며 미국, 일본, 홍콩 등 주요 5개국에 대한 수출도 절반을 훨씬 넘는다.
해당 품목과 지역의 경기침체에 따라 우리 IT산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험한 구조인 셈이다. 또 SI와 같이 IT수출은 위험도가 높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낮은 신용등급과 담보부족 등으로 금융과 보험지원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마케팅능력이 떨어지는데다 해외 인지도도 낮아 사업하기가 힘들다. 충분히 해외에서도 먹힐 수 있는 기술을 갖고도 좁고 수익성도 나지 않는 내수시장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우리 IT의 국제적 위상은 한결 높아졌으나 이를 해외진출로 연결시키는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이다. 정부간 협력채널 구축이 필요한데도 우리나라의 IT주재관은 미국, 중국 등 4개국 4명이 고작이다. 국정홍보처 32명, 산자부 25명, 재경부 15명과 비교하면 얼마나 대외협력이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내용과 과제=‘e실크로드’ 계획은 대부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놓았다. 매년 10개씩 2006년까지 50개의 세계 IT일등상품을 발굴하는 것이나 신흥 IT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IT수출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일단 대기업이 앞장서고 중소기업이 뒤따르는 선단식 수출을 IT수출에도 도입한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해외에서 지명도가 높은 KT가 IT종합상사의 역할을 맡으면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금융지원이다. IT산업 수출금융지원협의회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IT분야 지원, 프로젝트파이낸싱 확대, SI에도 해외 공사 보험 적용 등의 정책은 SI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시 걸림돌인 자금난과 리스크를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또 정통부와 산하기관의 수출 관련 지원조직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우선 국제협력관실의 이동통신해외진출지원팀을 IT수출지원팀으로 확대개편하고 이후 IT수출지원과로 격상시킬 계획이다.
IT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기관인 한국이동통신수출지원센터를 한국IT수출진흥원(ICA)으로 격상하고 배정자금도 올해 37억원에서 내년에는 100억∼150억원, 2004년에는 300억∼400억원으로 확대한다. 해외IT지원센터(아이파크)를 동남아 등 신흥 유망시장에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계획이 전반적으로 업계 현실을 고려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선단식 수출에 따른 대기업-중소기업 하청구조의 심화나 정부와 민간기업의 입장차이에 따른 전략의 혼선 등의 문제점도 있을 수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민관의 긴밀간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글로벌 IT코리아(e실크로드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