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의 선두자리를 놓고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일본·대만이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 경쟁에 이어 최근에는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에 나서 파란이 예상된다.
특히 중대형(10.4인치)시장에서 3위국으로 전락한 일본의 주요 업체들이 원천기술과 고유특허를 무기로 한국과 대만의 경쟁업체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 시작, TFT LCD 3국간의 ‘특허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LG필립스LCD(대표 구본준)는 대만 유수의 LCD업체 청화픽처튜브(CPT)와 모회사인 다퉁(Tatung), 그리고 다퉁 미국법인에 대해 자사의 LCD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관련 패널 제조 및 CPT의 패널을 장착한 모니터의 판매행위를 중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LG필립스가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공정기술과 LCD를 최종 외부 케이스와 결합할 때 측면에서 너트를 박는 ‘사이드 마운팅(side mounting)’ 기술. 이는 기존에 전면에서 너트를 박는 ‘프런트 마운팅(front mounting)’ 기술에 비해 약 1인치 정도 불필요한 테두리를 최소화, 실제 화면을 크게 할 수 있는 LG필립스의 특허기술이다.
LG필립스측은 “올초부터 CPT측과 분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CPT가 우호적인 협상을 거부해 지적재산권 보호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특허소송 효과 극대화 차원에서 최대시장인 미국에 먼저 제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일본 최대의 TFT LCD 제조업체 샤프는 지난달 초 대만 CPT와 에이서재팬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들 회사 제품에 대한 판금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또 히타치도 대만과 한국업체들을 상대로 무더기 특허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형 LCD의 강자인 세이코엡슨도 전세계 후발업체들을 상대로 소송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LCD 특허를 둘러싼 분쟁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최근 몇년 사이 시장규모가 급증, 소송결과에 따라 특허료 수입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데다, 관련 기업들이 향후 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지재권을 무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에 따라 특허 관련 전문가의 영입을 늘리고 특허침해 여부 확인을 위한 시장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필립스의 한 관계자는 “특허 전쟁에 대비해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을 겨냥한 해외 특허 출원을 늘리는 한편 미국 록웰, 일본 NEC 등 선진국 업체와의 ‘크로스 라이선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한해 동안 미국에 등록된 TFT LCD 관련 특허 보유 업체 중에서는 일본 샤프가 212건으로 가장 많고 히타치(158건), 도시바(105건), LG필립스LCD(102건)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최근 LG필립스와 삼성전자가 특허 출원을 크게 늘리고 있어 조만간 순위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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