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업계 협력 구도 `친분→프로젝트`로 바뀐다

 스마트카드 업계의 협력 구도가 변하고 있다. 초기에는 해외 신용카드 브랜드나 전자화폐 업체, 솔루션 공급업체, 통신사업자들이 지분관계 등 사업자간 ‘친소’여부에 따라 진영을 형성했지만 최근에는 수익성 여부에 따라 프로젝트별로 합종연횡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합종연횡의 계기가 된 것은 서울대병원·삼성의료원·현대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이 추진 중인 의료용 스마트카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병원 출신의 의료 벤처기업인 버추얼엠디(대표 김석화)는 당초 몬덱스코리아의 전자화폐와 ‘멀토스’ 스마트카드 플랫폼만을 채택키로 했으나 최근 비자캐시코리아계열의 ‘자바오픈플랫폼’에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멀토스는 마스타카드, 자바오픈플랫폼은 비자카드가 각각 지원하는 스마트카드 플랫폼으로, 몬덱스코리아가 버추얼엠디에 출자하면서 그동안 양사는 탄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3개 대형 병원이 양대 플랫폼을 모두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경쟁 사업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해 힘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판단 덕분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주도해왔던 제휴카드 사업에도 이미 변화의 조짐이 발견된다. 지난해까지 KTF멤버스카드는 국민카드가 사실상 유일한 발급사였지만 올해 들어 LG·삼성·비씨카드로 확대됐다. 덕분에 몬덱스 전자화폐도 발급기관이 국민카드·국민은행·농협·조흥은행 등과 함께 7개로 늘었고, 연내에는 2개 발급사가 추가로 참여해 국내 최대 발급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몬덱스코리아는 KTF와 국민은행이 대주주여서 지금까지는 거의 대부분 양사의 힘을 등에 업고 사업을 전개해왔다. KTF는 이달 중에 출시할 내장형 칩카드 기반 모바일결제서비스 ‘K머스’를 통해 복수 발급사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SK텔레콤이 대주주인 비자캐시코리아도 그동안 모네타카드 발급기관에 그쳤던 제휴 카드사를 늘려가고 있다. 비자캐시는 최근 국민카드 내부 직원용 전자화폐를 시범 발급함으로써 협력선 확대의 단초를 마련했다. 시스템사업자 가운데는 삼성SDS와 에스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K캐시 플랫폼 위주였던 솔루션도 자바오픈플랫폼과 멀토스로 비중이 옮아가고 있다. K캐시 보급률이 저조한데다 자바·멀토스가 사실상 개방형 플랫폼의 양대 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몬덱스·비자캐시·에이캐시 등 전자화폐 3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가맹점 공동화 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협력관계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업에 따라 가능성이 보일 경우 자유롭게 제휴하고나 경쟁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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