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무더위와 지긋지긋한 장마에서 탈출, 쾌청한 가을로 접어드는 9월이다. 9월은 학생들이 2개월의 달콤한 휴식에서 벗어나 다시 학업의 고삐를 죄느라 바쁘고 직장인들은 여름내 들뜨고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고 업무에 몰입하는 시즌인 만큼 더없이 활기찬 시기. 여기에 결혼시즌과 추석 명절 연휴까지 겹쳐 더욱 바빠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달에 출시되는 신작 비디오·DVD타이틀은 풍성한 9월의 의미에 맞게 자극적인 영화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 웃음이 묻어나는 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은 지난해 말 극장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던 ‘몬스터주식회사’. 비디오와 DVD타이틀로 동시 출시되는 ‘몬스터주식회사’는 브에나비스타가 올해 대박작품으로 꼽고 있는 기대주이기도 하다.
복고바람을 불러일으켰던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묻지마 패밀리’는 각기 다른 웃음으로 영화팬들을 찾아간다. 일본 영화 ‘호타루’와 ‘워터보이즈’도 이달 비디오로 출시될 예정이며 이밖에 ‘레지던트 이블’ ‘위워솔저스’ ‘서프라이즈’ ‘타임머신’ ‘마제스틱’ 등도 선보인다. 마니아층을 위해 ‘배틀로얄’ ‘다 아이’ 등의 다소 컬트적인 작품들도 대기해 있다.
◇예약 필수 ‘몬스터주식회사’=브에나비스타가 9월 10일경 선보이는 몬스터주식회사 DVD타이틀은 미국보다 1주일 먼저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비디오로도 동시 출시되는 몬스터에 거는 브에나비스타의 기대는 대단하다. ‘벅스라이프’ ‘토이스토리’ 등을 히트시킨 디즈니와 픽사 콤비가 만들어낸 CG애니메이션인 몬스터주식회사는 올해 아카데미 2개 부문 수상, 전세계 5억달러의 흥행기록 수립 등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어린이들의 비명소리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몬스터주식회사 소속 괴물들이 우연히 자신의 나라에 들어오게 된 인간 소녀를 되돌려 보내기 위해 갖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비명보다는 웃음소리가 더 큰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내용. 웃으면 복이와요의 웃음미학을 내세우는 영화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익살스럽고도 재미있다.
디즈니가 몬스터주식회사에 이번 비디오 및 DVD타이틀에 신경을 쓴 흔적은 역력하다. 우선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과 각종 NG장면을 찾아보는 코너를 제공한다. 몬스터의 주인공인 설리와 마이크 등의 공개되지 않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이크의 새차 등 2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제공되며 뮤지컬 애니메이션인 컴퍼니 플레이와 재미있는 NG장면이 선사된다.
◇배꼽 조심 ‘해적vs가족’=임창정, 양동근, 이정진 트리오의 역할이 빛나는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류승범, 신하균, 임원희 등 신세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묻지마 패밀리’는 9월의 라이벌 작품.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130만 전국관객 동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극장 흥행을, 묻지마 패밀리는 팬들의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을 거둬 명암이 엇갈렸지만 비디오 시장에서만큼은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해적…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명랑복고풍 액션, 유쾌한 웃음, 가슴 찡한 영웅담이 어우러진 작품. 80년대 초 후줄근한 달동네. 싸움질로 청춘을 불사르는 해적, 봉팔, 성기는 절친한 삼총사다. 어느날 심장이 멎는 듯 예쁜 소녀 봉자를 만나게 된 해적. 황제 디스코텍에 넘겨진 봉자를 구출하기 위해 해적은 디스코왕 선발대회 우승을 꿈꾸며 피나는 훈련에 돌입한다.
묻지마 패밀리는 ‘킬러들의 수다’의 장진 감독 사단인 박광현, 이현종, 박상원 3명의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식 장편 영화. 사방의 적, 내 나이키, 교회 누나 등 각 단편은 느낌이 다른 코미디로 구성돼 때로는 엽기적으로, 때로는 따뜻한 감동으로 영화팬을 울리고 웃긴다.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과 각 단편마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모습, 화려한 조연진, 영화속 옥에 티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본영화 좋아하세요?=일본 영화에 관심이 많다면 ‘호타루’와 ‘워터보이즈’에 눈길을 줄 것. 호타루는 철도원의 후루하타 야스오와 다카쿠라 켄 콤비가 만나 완성한 작품으로 전쟁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노부부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여기에서 호타루란 반딧불의 일본 명칭으로 전쟁 중에 죽은 특공대 병사들의 묘비 가운데 내가 출전해서 죽더라도 반딧불이 되어 돌아오겠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세상에 뭔가 남기고 싶지만 남기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 그들이 남기지 못한 것들을 호타루에서 담고 싶었다는 것이 감독의 변이다. 가미카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택하면서 전후 일본 세대들의 아픔과 치유의 세계관이 잘 그려져 있다.
이에 반해 워터보이즈는 야구치시노부의 신나는 코미디. 수중발레하는 남학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아슬아슬하고 대담하고 시원한 장면들을 선사한다. 실제 일본에 있는 사이타마현립 가와고에 고등학교 수영부의 이야기가 모태가 된 만큼 현실감과 영화적 상상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특히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8명의 꽃미남들의 수중발레쇼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볼거리다.
◇킬링타임용 타이틀=이밖에 볼만한 비디오/DVD타이틀로는 ‘레지던트이블’ ‘서프라이즈’ ‘위워솔저스’ ‘하이크라임’ ‘타임머신’ ‘마제스틱’ ‘디아이’ 등이 있다. 레지던트이블은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권을 달리기도 한 SF액션. 시원한 액션과 함께 인간대 컴퓨터의 정교하고 팽팽한 대결구도에 이르기까지 영화 큐브와 같은 퍼즐게임을 푸는 짜릿함이 있다.
위워솔저스는 현존인물의 베트남전 경험을 다룬 실화소설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를 기반으로 전장의 비극을 리얼하게 재현해냈다. 생사를 넘나드는 72시간의 전투가 ‘라이언일병 구하기’ 못지않게 박진감있게 그려지며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사랑, 희생, 리더십이 곳곳에 잘 녹아 있다.
‘디아이’는 극장 간판을 내린 지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작품.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고 홍콩의 코엔형제로 불리는 팡브라더스가 연출을 맡았다. 실제 두 사건의 단서를 기초로 제작된 디아이는 링처럼 영화를 볼 때보다는 보고나서 더 오싹해지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문은 각막 이식수술로 19년만에 처음으로 눈을 뜬다. 그러나 붕대를 처음 푼 날 가장 먼저 본 것은 검은 그림자. 그녀에게만 보이는 이 그림자가 나타나는 날이면 누군가가 죽어나가게 된다.
‘타임머신’은 1960년 모든 공상과학영화의 원조격인 오리지널 타임머신의 34년후 버전이다. 드림웍스 스필버그 사단을 통해 22세기형 초대형 SF액션으로 거듭난 타임머신은 80만년의 시공을 넘나드는 모험을 그렸다.
‘서프라이즈’는 신하균, 이요원, 김민희 주연의 로맨틱코미디로 12시간 동안 친구의 애인을 맡으면서 돌연 친구애인 뺏기에 나서는 당돌한 3각관계를 묘사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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