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IMID2002 학술대회에서 6세대 TFD LCD 기판 규격을 ‘1500×1800㎜ 이상’으로 가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시장 선도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판 규격을 표준화,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동안 업계가 차세대 기판 사이즈를 최대 기밀로 취급했던 관행에 미뤄봐서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기판 규격을 표준화하면 장비 및 재료업체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돼 업계 전반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것은 다시 규격을 제안한 업체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부메랑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오늘날 TFT LCD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도 3세대 기판 규격을 600×720㎜와 550×650㎜ 등으로 먼저 제안, 이를 일본과 대만의 경쟁업체들이 채택하면서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대형 TFT LCD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디지털 TV시장에도 40인치 규격을 표준으로 밀어붙여 핵심부품에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표준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규격은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일본 EDF 2002 기술포럼에서 밝힌 1370×1670㎜ 규격보다 더 커진 것으로 경기악화로 제때 5세대 투자를 못했던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이 디지털TV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6세대 TFT LCD 표준을 1500×1800㎜ 규격으로 가자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응해 선수를 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삼성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함으로써 뒤쫓아오고 있는 대만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3세대 때 이뤄낸 표준 선도기업으로서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삼성의 이같은 제안은 최대 경쟁자인 LG필립스LCD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5세대 라인을 먼저 가동한 LG필립스는 6세대에서는 시장파괴력이 있는 뭔가 다른 무기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3분기 말부터 1100×1250㎜ 5세대 라인의 가동에 들어가고 6세대 라인의 구체적인 스펙은 곧 확정, 라인 설립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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