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표준화사업 접점 못찾고 평행선

 별다른 성과 없이 6개월간 표류하던 의료정보표준화사업이 결국 ‘IT업계를 배제한 의료계 내부 표준화’로 방향을 전환, 원점에서 재개된다.

 19일 관련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의료정보표준화소위원회(위원장 김대중)를 결성하고 솔루션업체와 함께 의료정보표준화사업을 추진키로 했던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이 사업을 지난달 개소한 의료정책연구소 산하 정보화사업단(단장 민원기)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의협 측은 산재한 주요사업 때문에 의료정보표준화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던 중 지난달 김대중 위원장의 개인사정에 의한 사퇴까지 겹치면서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표준화사업에서 얻을 것이 없던 IT업체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이에 대한 의협의 대안 부재로 공동사업의 진전 가능성이 없어지자 의협이 업계를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표준화 추진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소위원회 출범 초기 솔루션업체들과의 공동위원회 구성을 위해 몇 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진전이 없었다”며 “이후 의협 측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우리로서는 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관망중이었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도 “지속적으로 업체들과의 공조를 추진했으나 자체 기술을 공개하기 꺼리는 등 어려움이 많아 국제표준을 따라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연구원도 충원할 계획이고 연구소에 책정된 사업비를 활용하면 표준화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보화사업단은 우선 전자의무기록(EMR) 분야의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다음주부터 일본과 미국에 인원을 파견, ‘클레임(Claim) 레코드’ ‘메드XML’ ‘HL7’과 같은 표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의협의 계획에 대해 일단 예의주시하면서도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정보표준화만을 위해 결성됐던 의료정보표준화소위원회와는 달리 연구소에서는 표준화가 업무의 한 분야에 불과할 뿐 아니라 업체의 도움 없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표준화가 완료돼도 정작 솔루션을 개발할 IT업체들이 의협표준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협이 표준화와 제품개발을 진행시킨 후 IT업체들의 참여를 강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서비스에 대한 사후관리가 힘들어 해결책 마련을 위한 의사협회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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