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추진 중인 정부 산하기관 관리기본법 제정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연내 국회 상정을 목표로 기획예산처가 입안 중인 정부 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 산하기관의 자율 경영 및 주무부처의 업무영역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관련 산하기관과 과학기술노동조합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과기 노조에서는 입법 저지를 위한 조합원과 종사자 서명운동을 펼치기로 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에 나설 예정이어서 입법과정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정부 산하기관과 과기 노조는 기획예산처의 갑작스런 법안 마련이 산하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 법률안에는 기획예산처가 산하기관 관리운영위원회를 두고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 예산상 조치 및 기관장 해임 건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 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산하기관과 과기 노조에서는 기획예산처가 각 부처의 장관이 위원장직을 맡는 산하기관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기획예산처가 산하기관의 상시 구조조정을 법제화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런 운영위원회 운영이 산하기관의 자율적 경영을 크게 침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기 노조는 또 기획예산처가 IMF 이후 정부 출연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법률적 근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전포석으로 법률안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방침이다.
과기부 등 관계 부처에서도 입법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부 조항이 주무부처의 권한을 크게 침해할 소지가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이번 법률은 산하기관의 효율성 제고와 고객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조항이 그동안 법률로 명문화되지 않은 것을 명문화하는 것에 불과하며, 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조항은 주무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수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률안은 정부 산하기관을 총괄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다시 마련될 수정안에서는 산하기관과 과기 노조에서 우려하는 조항을 삭제 또는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초 기획예산처가 실시키로 한 기관 경영평가의 경우 주무부처가 실시토록 수정했으며, 산하기관의 조직정원 조정 시 주무부처는 기획예산처와 사전협의해야 한다는 조항도 사후통보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는 기획예산처가 당초 법률 제정의 취지를 살려 기획예산처보다 주무부처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기획예산처가 마련 중인 정부산하기관관리법 대상기관은 42개 정부 출연연을 제외한 240개에 달하며 기획예산처는 연내 이 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입법화할 예정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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