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국컴퓨터 김기용 사장

 “IMF 외환위기를 톡톡히 치렀지만 ‘경영정상화를 통한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라는 큰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체제’를 공식 승인받은 한국컴퓨터 김기용 대표(56)에게는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여유가 보일 법도 하다. 모기업인 한국컴퓨터를 비롯해 8개 관계사 모두 지난해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컴퓨터는 이 여세를 몰아 아예 ‘무차입경영’을 선언,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모조리 갚았다. 맘만 먹으면 돈 끌어다 쓰기 쉬운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 경직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만도 하다.

 이에 대한 김기용 사장의 생각은 어떨까. “그때도 IMF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죠. 사실 사업을 무리하게 벌인 것보다는 수입 품목을 국내에 판매하다보니 환차손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죠.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그렇다고 신규사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채비율 200% 미만을 고려하더라도 계열사가 동원할 수 있는 여유자금 2000억원 정도는 무난하다. 여기에 최근 무정지서버 탠덤에 대한 유지보수 권한을 한국HP에 양도하며 190억원의 현금도 확보하게 됐다.

 탠덤서비스 부문 이관에 대해 경쟁사에서는 ‘알맹이를 뺏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지만 영업 및 그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드파티와 관계를 지속시켜야 하기 때문에 사업 자체는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대형 금융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이들과의 ‘윈윈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최근 한국컴퓨터는 또 하나 핵심사업인 금융단말 분야에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동종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일본 NEC의 차세대단말 ‘NBT’ 국내 판권계약을 체결, 오는 28, 29일 사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합병을 끝낸 은행권들은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위성점포를 갖는 ‘소규모 다점포’ 체제로 전환이 예상돼 차세대단말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국컴퓨터 외에도 금융단말 사업 및 용역회사인 듀얼텍과 탠덤시스템·서버·시스템통합부문의 금융전산연구소, IDC·네트워크통합 부문의 서버뱅크 등 3개사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 81년 34세의 나이에 한국전력을 ‘무작정’ 그만둔 후 연을 맺게 됐다는 김 대표는 말 그대로 한국컴퓨터의 산 증인인 셈이다.

 <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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