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폭염이 이글거리던 지난 3일 오후. 여름방학에 토요일이라는 최악(?)의 학습조건에도 불구하고 RFIC센터가 있는 광운대 공대 비마관에는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실험결과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더위에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면서 더 뜨거운 면학의 열기를 뿜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세간에 화두가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상아탑 테두리 안에 머무는 학문 위주의 연구개발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무선주파수(RF) 기술력을 제고해 산업계로 저변을 확대하고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더위도, 방학도 없습니다.”
광운대 RFIC센터에서 ITRC 과제수행을 책임지고 있는 이종철 전자공학부 교수(41·사진)는 우리나라가 CDMA 응용분야에서 거두고 있는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선통신기술의 핵심인 RF분야에 대한 기술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3㎑부터 300㎓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정보를 무선으로 공중에 전송하는 이 회로들에 대한 기술력을 갖춰놓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무선통신 강국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학계를 비롯해 산업계도 메모리 위주로 제품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하면서 아날로그나 RF에 관한 기술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광운대는 늦게 출발한 만큼 서울대나 KAIST 등과는 달리 실무 위주의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덕분에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주요 기술인력은 광운대 출신이 많습니다. 무선통신을 특화해 교육·연구이 집중화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RFIC센터가 30개의 ITRC 가운데 가장 앞선 연구개발 인프라와 상용화가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 HP·케이던스·CDS·나리지온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설계툴, 검증장비와 RF측정용 무반사실 등은 상용 가격으로 바꾸면 어림잡아 300억원은 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광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RFIC센터의 실험실과 장비를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센터를 운영하면서 관련 장비를 기증한 업체와 윈윈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기증한 만큼 외부 기업이 사용하거나 상용화로 이어질 때는 상업용 장비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 일종의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일칩 고주파집적회로(MMIC)와 마이크로 전자기계시스템(RF MEMS), 고전압용 제품군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 교수는 개발한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동료 교수 및 학생들과 함께 미션텔레콤이라는 학내 벤처도 설립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HP나 시스코의 모태가 된 것처럼 대학과 벤처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협력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이 교수는 “첫 상용제품인 평면 위성안테나 이외에도 RF커넥터 등을 잇따라 내놓아 국내 무선통신산업의 기술력을 제고하고 RF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계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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