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해커, 디지털시대의 장인들

 해커, 디지털시대의 장인들

 리누스 토발즈 외 2인 지음

 신현승 옮김

 세종서적 펴냄

 

 ‘해커’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는 해커가 어떤 집단인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막연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시각을 갖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이 바로 IT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IT 미래에 대한 갈등의 중심부에 서 있기 때문이다.

 ‘자곤파일’이라는 사전에서는 해커를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또는 ‘정보 공유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또는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보 공유’라는 단어가 자본주의 사회에 강하게 대응되고 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정보를 서로 공유하려 하고 있지만 이것이 때로는 자본주의 법에 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해커, 디지털 시대의 장인들’에서는 이들 IT계에서 가장 앞서가면서 자본주의 법을 어기고 있는 이들 해커의 실체에 대해서 리누스 토발즈 등 대표적인 해커들이 해커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정받는 해커들이 바라본 자본주의, 인터넷 기술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3인 저자는 해커들이 자본주의 법을 어기면서 정보 공유를 외치는 이유를 해커들이 인터넷을 창조하는 과정과 맞물려 설명하고 있다. 해커들은 정보의 공유와 유통을 위해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세상을 창조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해커들이 만든 선물인 인터넷을 오히려 반인간적인 방향으로 역이용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컴퓨터에서 수행되는 최적화와 마찬가지로 이윤 추구를 위해 일반인들의 삶을 최적화시키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해커들에게 말없이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해커들이 추구하는 목표인 행복, 즐거움 등과는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윤을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프로테스탄트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이윤 확보를 위해서는 여가시간에도 휴대폰을 켜놓고 언제나 e메일을 확인해야 한다.

 저자들은 또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현대판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같은 자기개발서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런 책들은 효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라고 주문하고 있으며 또한 이른 시일내에 전진해서 이를 달성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계발 논리라는 명제로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려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해커들은 아울러 행복과 꿈을 돈에 종속시켜 버린 삶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돈이란 행복의 수단일 뿐이며 시간은 돈이 아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돈을 벌면 행복해진다고 하지만 이들은 돈을 버느라 열정과 행복을 날려버리고 있다고 반박하며 그의 사례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해커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IT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장인의 솜씨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에 열정을 바치고 거기서 행복을 얻는 사람을 해커라고 정의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해커를 진정한 ‘디지털 시대의 장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마침표를 찍는다.

 이처럼 이 책은 해커하면 떠오르는 정보 공유나 해킹기술 소개가 아닌 해커의 정체성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사회비평서로 해커들의 이념이 갖고 있는 힘과 의미를 학술적 근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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