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열린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는 5년 만에 이뤄진 것일 뿐 아니라 여러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던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통부 장관과 방송산업 관계자간 간담회는 지난 90년대 중반 강봉균 장관 시절 일부 이뤄졌으나 그 이후 방송계의 참여도가 떨어진 데다 세상의 관심이 통신위주로 흐르면서 중단됐다가 이번에 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특히 디지털방송환경 구축이 포스트 IT산업을 이끌 간판주자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의 방송관련정책은 여러 이유를 배경으로 겉돌기 일쑤였다.
방송사와 정통부는 그간 한편으로는 갈등과 대립만 지속해왔고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역시 최근 부처 협의를 통해 일부 이뤄졌지만 방송계는 찬밥신세였다. 정통부와 방송계의 엇박자는 1일 조찬형식으로 이뤄진 간담회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신임 장관이 한수 배우자고 청한 첫 대면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산업 관계자들은 정부를 향한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부가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해 올해부터 집행중인 정책자금이었다.
지상파를 대변하는 방송협회나 케이블TV방송협회측은 “정부가 방송사업자들의 디지털전환 촉진을 위해 집행중인 정책자금이 정작 사업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정도의 생색내기”라고 의외의 성토를 해댔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정통부측이 방송사들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초기 투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상파방송사와 유선방송 분야에 대해 오는 2005년까지 5200억원의 재정융자특별회계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즉각 반박을 시작했다.
정통부측은 올해 400억원(지상파 250억원·유선방송 150억원)을 비롯해 내년도 800억원 등 2005년까지 52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장밋빛 계획을 제시했다. 이 정책자금은 정통부가 재경부를 대신해 운영하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을 대신해 참석한 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측은 “정부가 올해부터 지상파와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기 위해 재특자금을 융자·지원해 주고 있지만 고율의 이자부담으로 인해 사용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건환 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디지털전환 기본방향에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전제하며 “현재 지상파용으로 배정된 250억원의 재특자금 중 KBS만 100억원을 융자받았을 뿐 타방송사들은 융자조건이 까다롭다며 쳐다보지도 않은 상태”라고 첫 포문을 열었다.
오 총장은 또 “HDTV방송을 주당 10시간 이상 늘리기는 힘든게 지금의 방송사 현실”이라며 “HDTV카메라 등 장비 전환자금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협회측도 “정통부가 지원하는 재특자금은 문광부 등 타부처 정책자금은 물론이고 우량기업에 대한 일반금융기관의 신용대출에 비해서도 열악하다”며 “문광부는 케이블TV전송망 업그레이 지원자금에 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측은 현재 6.09%(변동금리)의 재특자금이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재경부와의 협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재경부와 협의를 추진하거나 정통부가 일부 이자율을 떠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방송 표준과 관련해서도 케이블TV협회측은 “디지털케이블TV의 조기상용서비스는 수도권 중심의 SO들에는 시급한 과제여서 정책건의를 했는데도 정통부가 너무 산업계만 의식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디지털방송이 향후 수년동안 수조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이를 발판으로 차세대 전략산업육성이 시급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통부장관과 방송산업 관계자들의 간담회는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된다는게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미래는 이상철 신임장관의 설명대로 광대역엔터테인먼트시대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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