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체 장비제조파트 휴가갈 짬이 없다

 “좀처럼 휴가 갈 짬이 나질 않네요.”

 밀려드는 일감에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FPD) 전공정장비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8월 초 피서철 절정기를 맞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손을 놓고 전국의 피서지로 향하고 있지만 올해 반도체 및 FPD 장비업계의 생산직 근로자들만은 예외다. 산적한 일거리를 두고 여러날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발주처인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은 올해 설비투자 예산 중 3분의 2 이상을 하반기에 집행하면서 설비확충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연내에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덕에 이들 수요업체로의 발주 특혜(?)를 입은 국내 장비업체의 근로자들은 하루가 짧은 실정이다.

 가스 스크러버 등을 생산하는 케이씨텍(대표 고석태)은 반기별 9일씩 총 18일 동안 휴가를 낼 수 있는 리프레시 휴가제를 도입했지만 설계직 근로자들은 지난 3월부터, 제조직 근로자들은 4월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모 업체로부터 대단위 구두 발주를 받아 수요장비에 대한 사전제작에 착수하면서 생산직 근로자들이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일하거나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FPD 세정설비 등을 만드는 태화일렉트론(대표 신원호)은 최근 국내와 대만의 LCD 제조업체로부터 동시에 장비를 수주하면서 거의 모든 생산직 사원들이 여름휴가 일정을 미룬 채 밤낮으로 작업중이다. 

 그나마 장비 제조에 필요한 부품 및 재료업체들이 휴가중이어서 구매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는 운좋게 2∼3일 휴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발주업체의 자동화라인이 가동을 멈추는 기간에만 장비를 셋업할 수 있는 자동화장치사업의 특성상 장비셋업부문 종사자들이 원하는 기간에 휴가를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밖에 최근 국내외 반도체 또는 LCD 제조업체로부터 장비를 수주한 오성엘에스티·주성엔지니어링·반도체엔지니어링·실리콘테크·아토 등 상당수의 장비업체들은 여름 휴가철에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공장의 불을 밝히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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