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경쟁력이다>(27)사이비 사설 IT학원 성행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서울시내 11개 교육청 관인 IT학원

 국내 굴지의 IT사설학원을 다니고 있는 웹프로그래머 지망생 이현주군(가명)이 지난해 겪은 경험이다.

 강남의 꽤 유명한 A학원을 신규 수강할 당시 10개월 교육과정의 수강료(월 30만원) 300만원을 일시불로 지불했다. 뒤늦게 ‘3개월치, 100만원 이하’만을 학원측이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으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및 동법 시행령 제12조에 해당한다.

 이군은 곧바로 학원측에 나머지 7개월치분의 수강료를 환불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끝내 돌려받지못했다. 수강생이 철회권을 행사할 경우 학원이 신용카드사에 전표를 즉시 반환해야 하는데도 이 학원은 매출일자를 미기재하고 제출일을 차일피일 미뤄 지쳐버린 이군을 끝내는 자진포기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나중에 한달만 수업을 받고 그만둘 경우에도 나머지 9개월치 잔액을 전부 상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치를 떨었다.

 실제로 본지 취재팀도 강남의 4군데 정보처리 및 웹디자인학원에 수강신청을 해봤다. 현행 학원법상 관인학원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수강료를 못받게 돼 있지만 신청한 4군데 모두 6개월에서 1년치 수강료를 버젓이 요구했다. 그러나 업계 1·2위를 다투는 J학원, A학원 2곳만은 매달 수강료 징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황당한 예로는 학원 수강 경력 1년째인 P군을 들 수 있다. P군은 올 초 신규 학원 가입시 전에 다니던 학원의 담당 영업사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금 있는 학원에서 자기가 새로 영업사원으로 옮긴 학원으로 오면 학원비를 전액 면제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단 조건은 친구 3명을 데려와야만 한다는 것.

 마침 수강생 10명에 강사는 1명인 3D MAX 과정에 질려있던 그였기에 친구 2명을 우선 데리고 찾아갔다. 친구들이 6개월 과정을 등록하고 다음날 가보니 그 영업사원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전형적인 ‘떳다방’에게 당한 것이다. 이후 P군은 분한 마음에 스스로 에이전트가 되어 수강생 사냥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렇듯 IT강국 코리아가 전세계에 부각되고 있는 요즘에도 구태의연한 사이비 사설학원이 판치고 있다. 불법 영업을 하는 IT 사설학원은 서울에만 약 1000여개가 넘는다고 학원계는 추산한다. 서울에만 관할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성행하는 학원이 2000여개에 달하니 그 영업행태와 규모가 뻔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IT학원이 최대 난립하던 지난 98년도에는 주로 멀티미디어, 웹디자인학원 등지에서 발생하던 것이 요즘은 일반 컴퓨터학원, 정보처리 등 전반적인 IT 사설학원으로 번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각 교육청들은 관할 지역내 학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 단속에 나섰다.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청은 관할 지역내 학원들을 대상으로 ‘기술계 학원의 다단계 판매조직을 이용한 학원운영 철저조사’라는 공문서를 최근 발송했다. 취업 및 진학과 관련된 허위·과장광고, 수강료 미반환, 무자격강사 채용 등 불법 운영되는 사설 IT학원 실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중부교육청은 수강생 모집원(일명 영업사원, 에이전트)에 의한 불법적인 운영을 사설 IT학원 구조적 모순의 주 원인으로 지목, 구체적인 피해사례 제시를 통해 수강생들의 주의를 요구하고 일부 불법운영 학원장을 최근 구속 조치까지 했다.

 그러나 각 교육청의 이같은 단속조치에도 불법 영업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각 교육청에 신고된 관인학원수가 비관인학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며 설사 제재를 받더라도 간판만 달리해 버젓이 재운영하는 학원도 비일비재하다.

 각 학원들이 영업사원을 수강생 모집의 도구로 삼는 것은 근본적으로 학원시장은 포화상태인데 반해 신규 수강생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IT거품이 빠지고 IT교육에 대한 인식마저 확연히 달라지면서 설사 신규교육을 받더라도 문제많은 사설학원보다 교육의 질과 가격면에서 이점이 있는 직업전문학교, 각종 IT교육센터 등으로 발을 돌리는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노동부, 정통부 등이 나서 98년 이후 시행한 실직자 지원교육조차 실업자가 줄어든 2000년 이후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정통부, 98년 지원금 250억원에서 올해 110억원으로 줄어듦). 그나마도 당초 사설학원 중심에서 대기업 등의 교육기관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 상태다. 다수의 교육기관 선정보다는 대표적인 소수의 교육기관을 양성한다는 방침인 셈이다. 결국 이래저래 사설학원이 설땅은 좁아지고 있다.

 학원 전문가들은 타개책으로서 △우선적인 교육의 질 개선 △정상적 운영을 통한 대외 신뢰성 회복을 선결과제로 지목했다. 이를 위해 학원연합회, 각 교육청 단위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학원연합회와 서울시교육청은 전국의 사설 IT학원이 정확히 몇 개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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