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자센터가 표류하고 있다. 시장사업협동조합과 센터관리단, 상인간의 불신과 내분이 극에 달해 센터설립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강남지역의 유일한 전자상가로의 정착은 커녕 나아갈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지난 98년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부근 교통요지에 설립된 국제전자센터는 당시 최신 시설을 갖추고 강남 유일의 전자 전문상가를 표방하며 장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했으나 초기부터 모회사 신원의 부도와 IMF라는 잇따른 악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해 출발한 테크노마트가 건물주인 프라임개발과 상가 구분소유자, 임대상인의 협조로 IMF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상인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시장사업협동조합(조합장 정호찬)과 센터 운영 및 건물 관리를 총괄하는 관리단(회장 이영석) 그리고 상인간에 골깊은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조합과 관리단간의 마찰은 센터설립 초기부터 이어진 난제로 현 정호찬 조합장이 99년 조합을 이끌면서 조합 중심의 상가 활성화와 각종 사업을 의욕적으로 진행, 업무 영역 및 권한을 놓고 관리단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대표적으로 1층 공간 활용, 상가활성화 재원 및 주차장 수익배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해왔다.
조합은 “상가활성화를 위한 사업만 할라치면 관리단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입장이고 관리단은 “조합이 상인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며 불만이 쌓여왔다.
◇극으로 치닫는 불신=경기부진 탓으로 상인들의 수익은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이들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1층 의류행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진통 끝에 1층에 입점한 스카이락 등 요식업체 2곳은 이미 철수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조합과 관리단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상가 내분을 확대시키고 있다.
관리단이 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일부 매장에 전력공급을 중단하자 이에 반발한 상인들이 “전력 공급 및 전기요금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관리단의 허술한 센터 관리를 지적하고 나섰다. 몇몇 매장의 경우 한달 전기사용 요금을 몇천원밖에 내지 않으면서 몇 년간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에대해 관리단은 “전산 처리상의 오류로 인한 불가피한 실수”라며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합의 경우 조합비 운용 및 각종 사업에 대해 조합장의 월권을 주장하는 상인들이 조합장에 대한 고소·고발까지 감행하는 한편 최근에는 조합 상근 이사가 급여 체납을 이유로 사퇴했고 일부 상인은 별도의 상우회 결성까지 고려하는 극한 상황로 치달았다.
컴퓨터층의 한 상인은 “대부분의 상인이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 속으로는 울화가 치밀고 있다”며 “기존 조합집행부 및 관리단의 조기 해체를 위해 그간의 각종 문제에 대한 증거 자료를 수집중”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푸나=조합 및 관리단의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지만 현 체제로는 어렵다고 보는 상인들이 많고 조합 및 관리단의 일부 간부조차 “상인들이나 상가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한일이 없다”며 “집행부의 조기 사퇴와 새로운 집행부 구성만이 상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찬 조합장 등 조합측은 “조합원의 기본 의무인 조합비조차 내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면서 조합만 탓한다”며 조합 업무 및 조합장직에 미련이 없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양측은 모두 불협화음이 해소돼 강남 유일의 전자 전문상가로 거듭나기 위해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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