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몰락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미 벤처캐피털(VC)들이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불길한 전조는 VC들이 지난 90년대 말과 2000년 상반기에 불지른 ‘닷컴 광풍’에서 살아난 신생업체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지난 99년 말 이후 수백 개의 신생업체들이 도산했지만 하이테크산업의 회복을 꿈꾸며 자금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연명해 오고 있는 기업들이 아직 더 많다는 얘기다. VC들은 올해 하이테크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앞으로 6개월 동안 수십여 개의 적자 신생업체들이 파산하는 가운데 회계에 손실을 추가로 반영해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사실 VC의 전망은 암울하다. VC 펀드는 지난해 평균 17.8%나 감소해 1980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시장조사업체인 벤처원에 따르면 VC들이 아직 400억 ∼ 600억달러에 달하는 VC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51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53%나 격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원은 벤처투자가 2000년 1분기 26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VC들의 올 1분기 자금 조성 규모도 겨우 22억5000만달러로 95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부 관련 업계는 파트너들에게 상환된 금액이 신규 조성 금액을 앞선 것으로 추정했다. VC들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미국 내 800여 VC 중 절반 이상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또 한차례의 투자 실패로 VC들의 5년 및 10년 수익률이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이테크업계의 재편에는 2∼4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톰슨파이낸셜/벤처이코노믹스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VC업계의 5년 및 10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35.9, 26.4%로 높게 나타났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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