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매각 입찰이 유찰된 가운데 유력한 경쟁자인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의 통합 가능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양사는 응찰 직전까지만 해도 파워콤 입찰 공동 참여를 꾸준히 논의해온 바 있어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만 기울여진다면 ‘그랜드컨소시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등 유력 컨소시엄 그룹은 지난주 한전이 파워콤 입찰을 유찰시키자 일단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번 유찰이 향후 인수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전이 향후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게 되자 파워콤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파워콤의 인수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두 회사는 자못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와 통신업계 안팎에선 두 회사를 주축으로 한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 파워콤을 인수하는 방안이 최선이며 더 나아가 통신업계 경쟁활성화를 위한 제3세력 결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유찰 배경=한전이 이번 파워콤 지분매각 입찰을 유찰시킨 주요 이유는 ‘가격’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한전측은 주당 매각가격을 2만∼2만5000원으로 희망했으나 응찰 컨소시엄 업체들은 1만∼1만5000원을 응찰가로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측이 이같은 가격차를 충분히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문제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가운데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물론 이는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의 “수의계약을 해서라도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발언이 계기가 됐다. 하나로통신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은 말 그대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투자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국제입찰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자칫하면 대기업 특혜설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었겠지만 2차적으로는 통신업계 제3세력의 결집을 의미하는 그랜드컨소시엄의 부상을 유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랜드컨소시엄의 경우 좀더 낮은 가격으로 수의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고, 더나아가 통신업계 ‘제3세력 결집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나=이번 입찰 전부터 꾸준히 협상을 벌여온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을 주축으로 한 온세통신·두루넷 등이 우선 꼽히고 있다. 물론 두루넷은 전용선을 SK글로벌에 매각하는 등 일련의 리스트럭처링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온세통신의 경우는 막판까지 그랜드컨소시엄이 뜰 경우 참여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외국계 투자사로는 이번에 참여한 SAIF·CDP·AIG·EMP 등을 비롯해 칼라일·신한맥쿼리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은 온세통신과 최종 협상에서 파워콤의 가치평가에 대한 시각차가 있었던 만큼 추후 논의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신한맥쿼리는 지난 2월 1차입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다 이번 2차입찰 과정에서도 참여를 논의한 바 있어 가능성이 높다.
◇전망=아직 한전의 입장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수의계약 가능성은 높다. 물론 재입찰 가능성도 있지만 1·2차입찰의 경우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두가지 입찰방법을 모두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랜드컨소시엄 이상의 그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데이콤과 하나로의 제3세력화에 대한 각론이 분분하고 주도권을 의식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민영화 의지 또한 변수다. 아직은 정부가 민영화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공기업인 한전 내부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정권 말기의 특성상 힘있게 밀어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컨소시엄의 가능성이 힘을 받고 있다. 파워콤의 인수가 생존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KT·SK텔레콤이 전방위 공세를 취할 경우 사실상 군소 통신업계의 앞날은 보장할 수 없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 ‘효율적인 통신업계 경쟁체제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통신3강 체제 구축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수의계약 가능성 말고는 대안이 없는 만큼 협상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그랜드컨소시엄이 유리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SK온, 각형 배터리 투자 임박…“서산 공장 설비 발주 채비”
-
2
“딸과 서로 뺌 때려”...트럼프 교육부 장관 후보 '막장 교육'?
-
3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청사 나서는 한덕수 총리
-
4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굳게 닫힌 국무회의실
-
5
尹 비상계엄 선포...“국가 정상화 시킬 것”
-
6
단독현대차·아마존 죽스 첫 협력…탄력 붙는 자율주행 동맹
-
7
기아 첫 PBV 'PV5' “5가지 시트로 변신”…내년 7월 양산
-
8
비상계엄...국회 정문 가로막은 경찰버스
-
9
尹 대통령, 비상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임명
-
10
尹 계엄령, 150분만에 본회의 의결로 종료…계엄군 철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