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석 외국기업협회장
온나라 안을 흥분과 감동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전대미문의 신화를 창조하고 선수 개개인은 우리의 우상이 되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번 쾌거는 그동안 대표선수들이 기울인 피땀어린 노력과 축구협회의 흔들리지 않는 지원, 그리고 ‘붉은 악마’를 비롯한 국민 전체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월드컵 4강 신화 달성을 가능케 한 최대의 공헌자를 꼽으라면 어느 누구도 대표팀의 사령탑인 히딩크 감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히딩크는 감독의 역량이 팀 수준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느냐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이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 환경에서 무한경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글로벌 세계 경제의 무한경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면서 국가적·문화적 특징을 적절히 반영한 핵심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핵심기술·자본 및 노하우 획득 등 사업 운영의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수행하는 주체는 무엇인가. 두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이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글로벌화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CEO를 비롯한 핵심인재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업과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현재 우리 기업과 국가의 현실은 어떠한가. 비록 글로벌 핵심인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학연·지연·연공서열식 인사관리 관행, 보수적인 교육정책 등으로 글로벌 수준의 고급인재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핵심인재의 원활한 확보와 양성을 가로막는 이런 장애요인들은 결국 우리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고교 교육평준화 등 산업화 시기에나 효과적이던 기반인력 대량양성 중심의 획일적인 현 교육제도를 과감히 개선해 정부 차원의 엘리트 및 글로벌 핵심인재 육성시스템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둘째, 정부 등 공공기관부터 먼저 경직되고 폐쇄적인 인사제도와 관료적 조직 분위기에서 탈피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역량있는 외부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기업도 학연·지연·연공서열 등에 입각한 구시대적 인사관리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히 능력주의에 입각한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고 더불어 글로벌 수준의 인재풀 관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인재 확보와 체계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세스 확립에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넷째, 외국의 우수한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는 능력있는 외국인 고급인재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아울러 비자 발급을 비롯한 관련 제도를 간소화하는 등 외국인 고급인력을 배려하는 정책 수립과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는 결코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세계 초일류 기업, 세계 초일류 국가 또한 우연히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축구대표팀이 그랬듯 우리 기업과 정부도 글로벌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체계적인 준비와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월드컵 4강을 넘어 세계 경제의 4강 진입도 결코 이루기 힘든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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