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하반기 경기전망]권역별 수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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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자원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한국산 전기·전자 등 IT제품의 수출은 총 275억9100만달러였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9%에 달하는 액수다. 증가율 면에서도 이 기간 전체 수출이 2.3% 감소한 반면 IT 수출은 5.9% 늘어나 IT가 국가 수출에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KOTRA가 해외무역관을 통해 750개 현지 바이어와 343개 주재상사를 접촉,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달 중 우리 상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수입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6∼10% 증가가 예상되며 이후 8∼12월 중에는 17∼2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반기 수출악재 요인으로는 원화환율 하락,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중남미 경제 불안 등이 지목된다. 하지만 중국의 고성장, EU·동남아 경제의 회복, 일본 경제의 바닥탈출,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가 상승 등은 호재로 꼽힌다. 특히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하반기 우리 수출에 가편(加鞭)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하반기 IT 수출은 최근 고속성장세인 중국과 아시아권 시장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대의 신장이 예견된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다. 산자부·KOTRA·한국무역협회 등 국내 대표적 유관기관 및 각 경제연구소의 예측과 분석을 중심으로 주요 시장별 하반기 IT 수출을 전망해본다.

 ◇중국=지난 상반기(1∼5월) 대중국 수출은 25억7757만달러로 전년 대비 69.4% 증가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반기에도 중국은 가장 유망한 IT 수출대상국 중 하나다. 특히 상반기에 3000∼4000%대의 경이적 수출성장률을 보인 모니터류와 이동통신기기를 중심으로 부품류, 집적회로반도체 등 IT품목 전반에 걸쳐 수출신장이 낙관된다.

특히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베이징시 당국은 향후 5년간 정보통신 분야 인프라 건설에만 총 36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베이징텔레콤도 올림픽 전용 통신네트워크 건설에 매년 9억7000만달러씩 투자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같은 ‘중국 특수’의 활용을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수출마케팅이 요구된다.

 이효수 KOTRA 중국지역 본부장은 “현재 중국의 IT 수입품목은 통신기기 부품·반도체 등 수출용 원부자재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향후 중국인들의 소비 증가에 따라 PDP·디지털가전·PDA 등 고급 내수품목 위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수출 전략품목의 고급화를 강조했다.

 ◇미국=우리나라의 최대 IT 수출대상국인 미국으로의 상반기 IT 수출은 57억3867만달러. 2위인 중국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액수이나 전년 대비 6.7%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반전이 기대된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는 9·11테러로 IT 수출이 이상감소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지난해 수출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소비가 아직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 못하나 이동전화단말기의 판매호조 지속과 반도체가격의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도 반전의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9·11테러 이후 침체돼 있던 크리스마스 등 현지 특수는 전통적으로 연말에 집중돼 있는 대미 수출에 탄력을 더할 전망이다.

 실제로 북미 소재 KOTRA 해외무역관을 통해 접수된 수출조회 건수가 지난 1월 94건에서 5월에는 128건으로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미국시장이 점차 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회복세에 발맞춰 전자제조전문기업(EMS)을 활용한 차세대형 수출마케팅이 대미 IT 수출 신전략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정순 KOTRA 샌프란시스코무역관 차장은 “미국 내 글로벌 IT기업들은 간접비 절감을 위해 납품업체 수를 점차 줄이는 추세라 신규벤더(납품업체)의 개별 참여는 힘든 실정”이라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중소업체들이 한데 모여 ‘패키지마케팅’ 기법으로 글로벌기업의 EMS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을 제외한 대만·홍콩 등 중화권 중심의 아시아 시장의 하반기 수출경기는 호조세가 예상된다.

 상반기 대일 IT 수출은 20억985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7%나 감소했다. 하반기 역시 뚜렷한 상승 요인은 없다. 다만 일본 경제의 바닥탈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돼 상반기만큼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에 따라 캠코더·하드디스크드라이브·음향기기 등 몇몇 틈새품목 위주의 수출상승이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일본 IT시장은 하드웨어 차원의 완제품보다 웹솔루션·SI솔루션·전자상거래 등이 유망아이템으로 꼽혀 이 분야에 대한 관련 기업들의 차별화된 마케팅이 요구된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대양주권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IT품목에서 10% 안팎의 수출신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영향에 따른 중화권 국가들의 수입수요 증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같은 아시아계 국가인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큰 성과를 거둔 점도 대아시아 수출증대에 한몫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U=상반기 EU지역으로의 IT 수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8억9038만달러. 하지만 하반기에는 한국산 제품의 돌풍이 예고된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월드컵이다.

 김인식 KOTRA 구주지역 본부장은 “8강전에서 우리에게 패한 스페인에서조차 ‘꼬레아’ 열풍이 불고 있다”며 한국산 가전제품의 경우 40% 가량의 수출신장을 예견했다. 또 하나 상반기 11.9% 수출감소한 반도체의 가격회복은 미주 시장과 더불어 대EU IT 수출 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조선·자동차 위주인 한국제품의 대EU 수출패턴은 올 하반기를 고비로 이동전화단말기·TFT LCD·노트북·위성방송수신기 등 고품격 IT품목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3일 오후 열린 ‘포스트 월드컵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확정된 ‘고가화 수출전략’의 성패 여부 역시 EU시장에서의 한국산 고가 IT제품 수출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중동·아프리카·중남미=이들 3개 지역은 최근 들어 틈새시장으로 꼽히는 차세대 수출전략지다. 지난 상반기에는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의 경제사정 악화와 미국 경기의 영향으로 대중남미 IT 수출이 부진했으나 중동과 아프리카는 전년 대비 각각 19.7%, 40.5%씩 수출이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대중남미 수출은 초반 부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중동·아프리카는 여전히 수출증대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지역은 디지털가전·이동전화단말기·노트북·도난경보기 등 고가의 첨단 디지털제품과 플로피디스크·잉크젯프린터·컴퓨터 주변기기 등 저가의 일반형 제품이 수출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 주력제품을 양극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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