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직업만 갖기도 힘든 세상, 2개의 직업을 갖고 종횡무진하는 투잡(two job)맨들이 있다.
특히 나머지 하나의 직업이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과 재능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말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라고 말하는 라임시스템 조형옥 사장(28)은 초등학교 국악, 양악 교육용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해 에듀넷과 국립국악원에 납품하고 있는 끼있는 젊은 기업인.
조 사장은 대학가에서 잘 알려져 있는 건국대학교 그룹사운드 ‘옥슨’ 출신의 드러머이기도 하다. 지난 94년도 건국대학교에 입학한 조 사장은 중고등학교 시절 꿈꿔왔던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옥슨95’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회 진출을 바라던 부모의 권유로 음악인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조 사장은 음악 콘텐츠 기획 및 개발을 전문하는 지금의 라임시스템을 설립한다.
설립 후 2년여 시간이 흐르고 지난해에는 모교인 건국대학교에 학교발전 기금을 내놓을 정도로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조 사장은 다시 음악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그래서 평소 뜻을 함께 한 지음 5명과 결성한 밴드가 ‘글라이드’. 글라이드는 조 사장을 포함해 벤처인, 학원 강사 등 모두가 다양한 직종의 직장인으로 구성됐다. 아마추어를 벗어나 프로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각자 시간을 쪼개어 한 주에 2∼3회씩 지하를 개조해 만든 연습실 겸 음반작업실에 모인다. 내년 초 그들만의 정식 음반 발매를 목표로 이렇게 매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 사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멤버들의 다양한 출신 배경이 실제 음반을 제작하는 데도 큰 힘이 되곤 한다”며 “앨범을 낸다고 해서 현재의 직업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출반 후 음악활동은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한다.
“음악은 정직합니다. 연습에 쏟은 시간만큼의 소리로 되돌려 받는 게 음악입니다. 편법이 결코 통하지 않죠. 각박한 경쟁과 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음악을 통해 털어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라임시스템이 국악 전용 시퀀싱 프로그램과 플레이스테이션2(PS2)용 피아노 교육 타이틀 개발에 관심이 높은 이유도 음악에 대한 조 사장의 열정과 발랄한 재기 때문인 듯 하다.
조 사장의 재능이 예능분야에서 나타났다면 화학 e마켓플레이스 회사인 인포켐스 유진호 대리(32)는 학습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 대리는 취미로 만든 영어일기쓰기 개인 홈페이지가 오픈 6개월 만에 25만명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2년여 만에 정식 사이트(http://www.endiary.com)를 오픈, 사업가로 변신하고 있는 경우.
다음달 유료화를 위해 시범 서비스중인 이 사이트에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 일반인까지 폭넓은 사람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전산팀의 지원으로 사이트를 오픈하게 된 유 대리는 영문학도 출신인 부인의 도움으로 이끌어갈 생각이다.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 영어일기를 쓰며 실력이 많이 느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를 공유하기 위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에게 첨삭 지도를 해주며 2년여를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유 대리는 처음 영어일기 학습 사이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출, 회사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유 대리의 아이디어는 우선 순위에서 밀렸고 구축이 끝난 홈페이지가 아까워 이달초부터 개인적인 차원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사내 창업을 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일. 유 대리는 영어일기 쓰기 사이트를 그냥 그렇게 운영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벌써 3000개 이상의 상황별 영어 예문 DB 구축을 완료했으며 캐나다 토론토의 현지 대학원생들을 온라인 첨삭 지도 선생님으로 영입했다. 다음달 중순 학생들의 방학기간에 맞춰 월 5000원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범 서비스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님들의 호응이 좋아 유료화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어일기 쓰기 유료화가 자리를 잡으면 편지쓰기도 추진할 생각이다.
“아직 돈을 번다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성취감과 만족감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시간이 너무 즐겁습니다.”
두 사람 모두 남들보다 2배의 일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의 삶에는 활력이 넘쳐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한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른 한 마리를 포기하지 않는 신세대다운 도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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