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일본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그동안 사용해 오던 중고 PCB 장비가 밀물처럼 몰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95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일본 PCB업체의 총 생산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으로 자진폐업을 선언하는 일본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업체의 유휴 PCB 설비 반입이 올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올해 안으로 일본 PCB업체 중 3분 1 가량이 내수경기의 장기침체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것이란 소문마저 나돌고 있이 향후 일본 PCB업체들의 불용재고 내지는 유휴설비 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중고장비 전시장을 운영중인 정인교역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PCB전시회 ‘JPCA 쇼’에 참관한 결과, 일본 PCB업체들이 폐업한 이후에 중고장비를 한국시장에 판매하려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외산장비 구매상담 건수가 최근들어 하루 3∼4건에 달하는 등 중고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중소 PCB업체들이 일본산 중고장비를 선호하는 것도 외산 중고장비 반입에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 경기 역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해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 PCB업체들로서는 새 장비 가격의 절반에 달하는 일본산 중고장비를 크게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본 등 외산 중고장비가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PCB 장비업체들의 수요를 잠식하자 향후 국내 PCB 장비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 PCB 장비업체들이 중소 PCB업체에 이어 대덕전자·삼성전기 등 메이저급 PCB업체에도 공급을 늘리며 자리를 잡는 상황에 비춰 중고장비가 대량 유입된다면 국내 장비업체들의 개발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중고장비시장이 국내 PCB 장비업체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PCB시장의 가격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장차 중고장비가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 PCB업체를 대상으로 세력을 넓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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