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로봇을 차가운 금속성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일은 잘 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없는 미완의 존재.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영악한 기계 덩어리. 로봇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이다. 그러나 가슴이 따뜻한 로봇, 혈관에선 피가 흐르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로봇도 분명히 실재한다.
바로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체, 사이보그(cyborg)라고 불리는 존재가 그것이다.
사이보그는 손상된 신체기능을 기계로 대체해서라도 삶을 연장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옛날 전쟁터에서 다친 병사들은 나무로 깎은 의수족을 달고 불편한 육신을 추슬렀다.
현대의학의 발달에 따라 신체기능의 기계적 보완, 사이보그화는 날이 갈수록 보편화되는 추세다.
손상된 치아는 인공치아로 대신하고 적은 머리숱이 고민이면 인공모발을 두피에 심으면 된다. 빈약한 가슴은 실리콘 보형물로, 노쇠한 청각은 보청기, 관절과 일부 장기도 인공물로 대체가 가능한 세상이다. 심지어 맹인의 시신경에 카메라 전기신호를 연결해 시력을 회복하는 실험까지 일부 성공한 상황이다.
예컨대 자연이 부여한 신체기능에 조금이라도 인공적 옵션을 추가하면 사이보그에 해당된다. 당신도 입안에 금니가 하나라도 있으면 초기단계의 사이보그인 셈이다.
일부 사람들은 급속한 사이보그화가 결국 반인 반기계의 형태로 나아가 인간성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이러한 전망은 터무니 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달에 따라 손상된 신체를 기계가 아닌 생체공학적으로 원상복구하는 기술이 잇따라 실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 않아 체세포 배양을 통해 각종 피부조직과 장기, 손발까지 다시 붙이는 세상이 온다고 과학자들은 호언장담한다. 어떤 기계적 보조장치도 건강한 생체조직보다 편하고 기능적일 수는 없다. 온전한 육체 대신 굳이 기계몸뚱이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까. 따라서 향후 사이보그 기술은 단순히 불편하고 노쇠한 육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탈피해 인간의 기능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하는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이보그의 미래상은 휴대폰 같은 통신기기가 아예 몸속에 내장되는 형태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폰이 피하조직에 이식된다면 신체와 정보네트워크가 직접 연동되는 진정한 의미의 초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피부밑에 삽입되는 전자칩도 나왔고 스와치사는 피부표면으로 시간을 보여주는 생체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신세대는 육체와 전자회로의 결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한층 모호해질 것이다. 당신은 토종인간과 사이보그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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