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방송시스템 안치득 연구부장

 “HD급 고화질의 3차원 입체영상으로 월드컵 경기 중계를 관전하다 보면 축구 경기장으로 빠져 드는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선수가 공을 차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날아와 시청자의 얼굴을 때릴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안치득 방송시스템연구부장(46)은 이번 한·일 월드컵 경기를 남과는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남들은 2차원의 평면을 통해 경기장면을 보지만 그는 3차원의 입체영상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현장을 경험한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3D-HDTV가 전국 10개 지역에 설치돼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3D-HDTV 축구경기 시범 중계기술을 총지휘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3D-HDTV 기술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난 82년 ETRI에 들어와 20년 가까이 국내의 방송관련 R&D연구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에 객체기반 부호화기술(MPEC-4/7)과 고선명 TV전송기술, 대화형 디지털 TV기술, 데이터 방송기술 등 방송기술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3D나 HDTV의 국내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방송 영상화질의 추세가 HD로 가면서 미국은 2년 전부터 SD급 TV를 보급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SD급보다 해상도가 몇배 더 뛰어난 HD급 TV의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 행사에서는 경기장마다 3DTV용 카메라를 3쌍 정도밖에 가동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화면이 단조롭지만 촬영에서부터 데이터를 변환, 시청자에게 전송하는 것까지 3D-HDTV의 풀 스케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상영관에서는 폴란드와 미국전에 이어 포르투갈과의 우리나라 16강 진출을 위한 결전을 3D로 중계할 예정이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다양한 3D영상물을 접해 볼 수 있다. 최대 300인치의 실감 영상에 5.1채널의 돌비 디지털 오디오에서 재생되는 입체음향까지 합쳐져 마치 현장에 직접 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3D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편광렌즈를 반드시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해 안 부장은 “무안경 디스플레이 방식의 경우 현재 연구 및 시제품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점수가 작고 대형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조만간 이런 문제가 모두 극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