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온칩 시대>국내 준비현황

 ‘D램 이후 대안을 찾아라.’

 국내 반도체산업계가 시스템온칩(SoC)으로 새로운 비전 만들기에 나섰다. 그동안 D램 위주의 제조와 공정, 장비·재료 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메모리와 시스템LSI(비메모리), 아날로그 부품 등이 통합되는 차세대 SoC시장을 겨냥해 기술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

 현재 국내 업체들의 SoC 관련 사업은 크게 세가지 진영으로 분류된다. 메모리를 기반으로 비메모리로 영역을 확장중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종합반도체업체(IDM), 아남반도체·동부전자·나리지온·타키오닉스 등 파운드리업체, 에이디칩스·TLi·서두인칩·e-MDT 등 100여개의 반도체설계 벤처기업 등이 그것이다.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SoC 디자인에서부터 설계자산(IP) 개발, 웨이퍼 제조 및 검증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SoC 제조에 적용할 70나노미터(㎚)급 고유전막(high k film) 공정과 90㎚급 공정을 개발했다. 70㎚ 공정은 전자의 이동을 완벽히 차단해 초미세회로 설계가 가능하며 90㎚ 공정은 구리다층배선공정을 적용, 1.0V의 저전압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속도를 향상시키고 전력 소모량을 줄여야하는 무선통신용 SoC에 효과적이라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90㎚ 공정을 2004년부터 휴대기기용 CPU 및 SoC제품 양산에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고속 공정 및 저전압 공정은 물론 메모리 내장공정, 혼성모드 RF 공정 등 SoC 개발을 위한 다양한 공정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은 또 최근 PDA·스마트폰·IMT2000단말기 등 다기능 휴대정보단말기에 적용할 모바일 SoC를 내놓은 데 이어 하반기에는 ARM10 기술을 적용한 400∼600㎒급 모바일 SoC도 출시하기로 했다. 또 옵티컬 AV플레이어, 인터넷 게이트웨이용 SoC 등 11개의 주력품목을 선정해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개발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300여명의 개발 인력을 모아 SoC연구소를 개소했고 SoC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메모리라인의 전환 및 증설을 검토중이다.

 최근 비메모리 사업부를 ‘시스템IC컴퍼니’로 분리,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하이닉스는 자체 제품 개발과 파운드리서비스로 나눠 SoC사업을 추진중이다. 하이닉스는 ARM코어를 바탕으로 2.4㎓ 대역의 무선데이터 통신을 지원하고 음성코덱과 내장형 플래시메모리, USB·PCMCIA·UART 등 각종 인터페이스를 내장한 블루투스 베이스밴드 SoC를 최근 내놓았다. 하반기에는 블루투스 RF칩과 베이스밴드를 하나로 통합한 SoC, 메모리와 ARM CPU를 통합한 모바일 SoC, 광저장장치 및 CDRW·DVD롬 신호처리용 SoC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정부문에서는 현재 0.18㎛ 공정을 하반기 0.15㎛으로 미세화하고 구리배선 기술이 적용되는 0.13㎛ 공정도 내년말까지는 양산 채비를 마칠 예정이다. 또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복합신호공정을 바탕으로 RF무선통신시스템용 커패시터·저항·인덕터 등 수동소자를 합쳐 로직 공정에 적용하도록 했고 D램·S램·플래시롬·EEP롬과 같은 다종의 메모리를 로직과 통합하는 MML공정기술을 개발했다.

 파운드리업체들은 SoC 특화 공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아남반도체는 현재 보유중인 0.25㎛·0.18㎛ CMOS 로직 공정을 근간으로 아날로그, 비휘발성 임베디드메모리, SONOS(Si-ONO-Si) 등의 기술을 확보해 올해말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동부전자 역시 SoC 공정을 확대하기 위해 도시바·아티잔·슬림텍 등 국내외 업체와 0.18㎛·0.25㎛의 IP와 라이브러리(설계용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동부는 이와 함께 하는 로직, 복합신호, 임베디드 메모리, CMOS 이미지센서 등 공정과 웨이퍼 단위의 테스트 서비스를 마련중이다.

 IMF 전후로 설립된 100여개의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업체들은 다양한 아이템 발굴로 SoC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으며 상용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CDMP3코덱칩, DVD리코더, MPEG2·MPEG4디코더, 모바일 CPU 등 낮은 단계의 SoC제품군들은 이미 상용화됐고 WCDMA모뎀칩, 디지털TV용 SoC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도 막바지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SoC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SoC 개발에 필수적인 IP가 태부족이고 유통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또 D램 위주의 공정기술을 SoC 공정으로 확대하기 위한 라이브러리 구축도 미미하다.

 경쟁력 있는 인력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D램 제조에 집중, 양성된 인력으로서는 수천만 게이트가 집적되는 SoC 설계와 시시각각 변하는 시스템 동향을 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각 대학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기업들은 SoC 연구소를 설립해 산학 공동 과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노급 미세회로 공정기술 확보와 저유전 절연재료(low k dielectric) 개발, 기업간 기술 교류를 지원하는 IP유통 활성화의 근간을 정부 지원아래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64k D램 신화를 재현하고 현재의 이동통신과 초고속 네트워크 분야의 선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기업, 학계 및 연구계가 함께 힘을 합쳐 한국형 SoC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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