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KT 이후 KT와 SK텔레콤의 전략가는 누구며, 이들은 뭘 고민할까.”
KT의 민영화가 숱한 화제를 뿌리며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나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KT와 SK텔레콤측 전략가들의 고심은 깊어가고 있다. KT로서는 정부가 보유한 KT지분이 팔리기는 했지만 당초 그리려 했던 민영화 구도가 뒤틀어졌고, SK텔레콤 역시 일약 KT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기는 했지만 재계와 정부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통신산업계의 시선은 KT의 남중수 전무와 이경준 전무, SK텔레콤의 조신 상무와 조민래 상무에게 쏠리고 있다. 네 명 모두 탁월한 전략가로 이름이 높으며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명성을 확신시켰다. KT의 남 전무와 이 전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지분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SK텔레콤의 두 조 상무 또한 삼성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최대 경쟁사업자인 KT의 최대주주 자리마저 꿰차는 지략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차전은 두 진영 모두 승리하는 무승부. 그러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다. 이들은 민영KT 이후의 경쟁구도를 놓고 치열한 전략 싸움에 들어갔다. KT는 당장 SK텔레콤의 의중을 파악해 경영권 방어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고, SK텔레콤은 시간을 벌면서 유무선통합시대에 맞는 전략 구성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특히 이번 기회에 시내망 중립성을 기반으로 한 유선인프라 차원의 확실한 견제장치 확보는 물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KT의 재무실장인 남중수 전무는 “최대 당면과제는 역시 경영권 방어로 가장 고민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SK텔레콤측이 오버행(물량부담) 문제를 해결하고 삼성의 견제에 성공한 만큼 다른 의도가 없다면 2대주주 수준(4.4%)으로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는 경계성 멘트도 덧붙였다. 당장은 SK텔레콤의 지분을 매입해 10% 이상의 지분율을 성사시켜 SK텔레콤의 일부 기도를 무력화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을 견제할 다양한 비책이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SK텔레콤의 경영전략실장인 조신 상무는 “지분매입의 직접적인 동기 중 하나가 ‘시내망 중립화’인데 세간의 오해가 덧씌워졌다”는 주장을 내놓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KT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으며 단지 경쟁사업자 구도에서 생존을 위한 다양한 해법 마련이 우선”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회사의 또다른 전략가인 코퍼레이트릴레이션부문장 조민래 상무 역시 “다가오는 유무선 통합시대에 대비한 종합 통신기업으로서의 전략이 급선무”라는 말로 무선사업자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지금은 미래의 비전을 논할 때”라고 비켜나갔다.
민영화 이후의 KT의 비전에 대해 기조실장인 이 전무는 “사원과 고객·주주의 다양한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켜 나가느냐가 난제 중 난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IP·초고속인터넷·유무선통합·e포털 등 4대 성장엔진 부문을 선정, 10대 부문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밸류네트워킹 컴퍼니’를 만들어 ‘월드컴퍼니’로서의 꿈을 실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어쨌든 KT는 SK텔레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을 모두 마련했다. SK텔레콤 역시 가공할 상대인 삼성측을 견제하고 KT의 최대주주 자리에 등극함으로써 다양한 전리품을 챙길 전망이다. 두 회사의 수훈갑이 바로 이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행보를 잘 살펴보면 ‘민영KT’ 출범 이후 KT와 SK텔레콤의 경쟁 구도도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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