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2005](4)왜 IT기술자여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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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이 기업경영의 숨은 일꾼에서 전략적 수단인 e비즈니스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화를 선도할 IT인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보기술에 대한 전문성만을 갖춘 IT기술자보다는 전문성에 업무프로세스 지식까지 겸비한 고부가가치의 인적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IT기술자보다는 기술과 경영을 함께 고민하는 전문가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과거의 정보시스템은 단순한 트랜잭션 처리를 위한 소규모 기능 단위 프로그램 중심으로 개발돼 왔다. 기술개발이 시장을 주도하던 초창기 정보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정보사회는 기술개발, 시스템 보급 중심의 양적 팽창시대에서 정보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질적 전환을 맞고 있다. 

 경영과 시스템 결합을 토대로 종적·횡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보시스템은 후방 업무지원 기능을 넘어 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짓는 전략적 수단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정보시스템 규모가 보다 복잡·대형화되면서 업무프로세스 및 조직개편 등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IT인력은 거시적 관점에서 업무환경을 분석하고 시스템 이미지 설계, 구체적인 정보기술로 연결하는 전방위적인 능력을 요구받게 됐다.

 이제 IT전문성만을 가진 인력은 정보사회의 리더그룹에서 제외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은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지난 2000년 9월 조사한 국내 e비즈니스 인력수급실태를 살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조사결과 현재 전문성 위주의 e비즈니스 개발 및 관리인력 중심의 우리나라 기술인력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음이 입증됐다. 업계가 향후 2003년 내에 기술전문가보다도 업무응용, 컨설팅 및 교육능력을 갖춘 고급인력을 현재보다 최고 3배가량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치는 현행 개발 및 프로젝트 관리 중심의 IT인력과 동일한 수준의 응용능력을 갖춘 전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의 우리나라 IT인력구조로는 이러한 인력 불균형을 해결할 길이 없다. 표참조

 전세계 IT매출의 66%를 차지하는 SI분야로 범위를 좁혀도 이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

 SI 핵심기술인 컨설팅 기술, 비즈니스 프로세스 분석 및 통합능력, 시스템통합 기술,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설계지식, 프로젝트 관리기술 분야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단순 전산기술 인력보다는 개발·마케팅·컨설팅 등 통합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들 핵심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중 전산 프로그래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지 20% 내에 불과하다. 현재의 전산기능직 중심의 인력과 교육체제로는 e비즈니스 시대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SI기업에서는 전공자·비전공자 구분 없이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부족한 SI전문가를 보충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마케팅·경영·재무·인사 등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인력을 뽑아 재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업계는 실제 시스템통합 프로젝트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의 상당부분이 전산기술보다는 고객의 현행업무 및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프로세스·데이터 등의 관점에서 시스템화하기 위한 모델링 능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말 SI연구조합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기업이 요구하는 기업정보화 인력은 전문 영업인력, 컨설팅 수행을 위한 업무 전문가, 웹 관련 기술자, SW 아키텍처 전문가 등이 꼽힌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 분야가 우리나라 SI인력 구조상 가장 취약한 곳이 된다. 그림참조

 비교적 상황이 좋은 대기업 역시 SI분야에 많은 경험과 내부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문의 전문인력이 외산 솔루션 구축이나 유지보수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여기에 눈앞의 경영실적에 급급해 R&D 투자에 소홀하고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IT인력양성 방식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단순한 전산기술직 양성방식에서 포괄적이고 전방위적인 e비즈니스 인력방식으로 바꿔야만 한다. 산·학·연·관 모두 참여해야만 가능한 어려운 숙제다.

 첫째 IT인력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는 e비즈니스가 IT와 인터넷을 활용해 경영활동을 개선하고 조직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기업의 업무효율과 재화 및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접근방식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때 IT인력은 기술과 다양한 업무능력, 심지어 경영능력을 보유한 전문가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IT인력을 프로그래머·시스템분석가·프로젝트관리자 등 정보시스템을 개발·관리하는 기술인력에서 기술은 물론 조직의 경영환경 및 전략, 현업지식 등을 갖춘 포괄적 인력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SI산업활성화 방안에 나온 IT 전문인력 20만명 양성론은 일견 타당하다.

 둘째 대학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소로 전환돼야 한다.

 e비즈니스 인력양성 채널인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제때 배출할 수 있도록 IT기술분야뿐만 아니라 SW응용·HCI 등 시스템통합분야 연구에 나서야 한다. 대학내 IT관련학과는 e비즈니스 기반을 비롯해 ERP, SCM 기술, 품질공학·생산공학 등 시스템통합분야로 학문의 폭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 특히 학문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주변산업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복합적인 학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졸업생의 실무능력 부재 및 실습경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프로그램 작성능력 외에도 업무프로세스 파악이 가능한 산업체 연계 프로그램도 고려해볼만 하다.

 산업체 및 연구소와 연계한 공동프로젝트 진행, 산업체와 교과목 공동개발, 산업계 전문가를 활용한 프로젝트 중심의 실무형 교육프로그램 운영, 대학원생 인턴십 활용과정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기존 인력을 e비즈니스 전문가로 재활용하기 위한 전문 교육프로그램도 구비돼야 한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부족한 e비즈니스 인력을 충원하며 동시에 산업계 전반 IT인력의 질적 도약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비즈니스 인력은 e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인력뿐 아니라 구축된 정보시스템을 사용해 기업의 기간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모든 구성원을 포함한다. 현재 e비즈니스 사업전략은 기술개발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확대 발전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e비즈니스 과정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경영자와 이를 활용하는 업무 응용자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IT인재상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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