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가 그동안 숙원 과제로 꼽아 온 반도체설계자동화(EDA)툴 다변화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케이던스의 ASIC 합성(synthesis)툴을 지원하는 디자인 키트와 라이브러리를 개발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ASIC 합성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놉시스의 독점체제는 사실상 붕괴되고 다원체제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아남반도체·전자부품연구원 등도 시놉시스의 경쟁사인 인센티아·신플리시티 등과 각각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놉시스 독점체제의 붕괴를 예고해 왔다.
업계는 이같은 체제 변화에 따라 EDA툴에 대한 문호 개방과 함께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라이선스료 인상 파문 등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체제 변화 역시 또 다른 기술 종속의 족쇄가 될 수 있다며 국산 툴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자사 반도체 일관생산공정(FAB:팹)을 이용하는 디자인하우스와 ASIC업체를 위해 케이던스의 ASIC 합성툴과 호환되는 STA(Static Timing Analysis) 기술 도입계약을 체결(sign off), 관련 디자인 키트 및 라이브러리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또 케이던스의 ASIC 합성툴 ‘앰빗’을 시스템 LSI 설계에 사용하는 방안을 협상중이며 신플리시티의 ‘신플리파이 ASIC’, 인센티아의 ‘인센티아’ 등의 합성툴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완료된 시놉시스와의 유지·보수비(maintainance) 인상 협상에서 당초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인 20∼30%대 인상률에 그치는 파격적인 계약조건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놉시스는 2년 전부터 삼성전자에 대해 200∼300%의 인상률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아남반도체(대표 김규현)는 인센티아의 합성툴로 제작한 고객들이 자사 공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라이브러리를 구축중이다.
아남반도체는 이에 앞서 에이디칩스의 확장명령어컴퓨팅(EISC) 방식 CPU 지적재산(IP)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EDA툴과 IP 다변화에 힘써 왔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원장 김춘호)은 국내 반도체 IP 활성화를 위해 IP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 ‘IPCoS’에 신플리시티의 ‘신플리파이 ASIC’을 기본 합성툴로 채택, 검증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그동안 논란을 빚어 온 EDA 관련 라이선스료 인상 파문 등의 폐해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후발 EDA업체에 대한 문호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산 EDA툴 개발 및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외산 종속을 낳아 폐해가 발생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산 EDA툴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독과점체제를 만들었고 결국 국산 CAD 및 EDA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렸다”면서 “업계가 공급선 다변화를 계기로 국산 대응 툴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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