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지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술개발이나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 등으로 이전되면서 이제 한물간 제품으로 전락한 1차전지와는 달리 휴대폰·노트북·디지털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전지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과 노트북의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의 3대 전자부품으로 부상했다. 리튬이온전지 시장만 해도 올해 3조원(5억40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산업자원부가 2차전지·연료전지·태양열전지 산업을 집중 육성, 오는 2010년까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는 2005년까지 세계 2위 수준의 전자제반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수출 80억5000만달러를 달성해 230억규모의 세계시장에서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세계 1위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전지산업 1위국 달성을 위해 상반기 중에 본격 추진되는 민관합동의 차세대 전지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뿐만 아니라 전지를 하나의 산업군으로 분류해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지원체제를 갖추기로 한 것은 정책의 가닥을 제대로 잡은 결정이라고 본다. 사실 차세대 전지산업은 첨단기술 및 장기간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막대한 양산자금을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으로 투자대비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등 국내 산업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전지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차세대 전지산업을 세계 최강으로 육성, 수출전략산업화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길고도 험난한 길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의 2차전지업체들이다. 세계 2차전지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2차전지업체들이 국내 업체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가격을 인하하거나 증산에 나서는 등 파상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업체들은 2차전지 수요급증에도 한국업체가 처음으로 2차전지 양산에 나선 지난 10월 가격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2차전지업체들의 기술이전 거부다. D램과 TFT LCD 시장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2차전지 관련 기술이전을 거부하고 있어 자체 개발 또는 미국에서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전지 1종을 개발하는 데 100억원 이상의 R&D투자가 요구되며 최소 양산설비를 구축하는 데도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10년이상의 R&D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체 개발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상반기 중 본격 추진될 차세대 전지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및 미래형 전지 개발을 위한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산학연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신소재 개발과 핵심장비 국산화에 나서는 것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개발한 우리의 차세대 전지 관련 기술이 국제규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규격화 및 표준화 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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