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시대 / 하타무라 요타로, 와다 히데키 공저 / 글담출판사 펴냄
각 분야에서 정상에 선 사람들의 감동적인 삶의 역정을 영상화했던 ‘성공시대’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 소개하는 ‘실패의 시대’와 제목은 정반대지만 성공시대의 뒤안에는 무수히 딛고 일어서야 했던 실패의 사례들이 공통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는 아니다. 현실에서 실패는 또 다른 실패를 재생산하고, 대다수의 실패자는 절벽 끝으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일본의 저명한 공학자며 베스트셀러 ‘실패학의 권유’를 펴낸 하타무라 요타로와 동경대 명예교수인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가 ‘실패극복을 위한 현실적 처방전’을 제시하는 대담을 벌였다. 여기서 방점은 ‘현실적’에 찍혀 있다. 이상적인 정의보다는 세상 사람의 본심에 눈을 돌려야만 실패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인지 실패를 양산하는 현실에 대한 진단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하는 저자들의 견해는 원칙론에 익숙한 독자에게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이 점이 ‘실패의 시대’가 판에 박힌 듯한 자기개발서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대담은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에서 개인과 조직의 실패는 예고된 현실이라는 것을 긍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무도 실패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피해갈 수도 없다. 문제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원인을 방치해 두느냐, 아니면 실패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느냐에 있다.
실패를 했을 때, ‘숨기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다. 하지만 그런 태도로 실패를 부끄럽고 나쁜 것으로 치부한다면 실패는 실패의 근원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실패를 언제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하타무라 요타로 식의 ‘실패학’이다.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실패는 시스템이나 운영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개인이 실패를 책임지는 것보다는 시스템을 통해 실패를 안아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일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좋은 실패’는 새로운 지식으로 이어지는 실패며, ‘나쁜 실패’는 부주의나 오판으로 반복되는 실패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조직의 공통된 특징은 고정된 사고 틀에 갇혀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인간형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다.
와다 교수의 심리학적 진단에 따르면 스테레오 타입의 사고를 갖게 되는 이유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기존의 인지 패턴에 부조화가 일어나 불쾌감을 느끼는 ‘인지적 부조화’의 상태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라는 가상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할 필요가 있다. 잘 나갈 때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기 위해 실패가 일어날 것을 상정한 준비와 훈련·교육 등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일을 미뤄서는 안된다.
대담자들의 실패학에 대한 요체를 파악한 후에는 구체적인 사례로 제기되고 있는 몇가지 질문에 대해 독자 스스로 대답하도록 했다. 예컨대 진행중인 기획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한 경우, 능력을 웃도는 업무 때문에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 회사의 시스템대로 처리한 업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각자의 대처 방안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실패로부터 현재를 재정비할 수 있는 미래의 기회를 발견할 줄 알고, 이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진심어린 충고다. 서두르지 않고 지금의 실패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차근차근 되짚어 볼 수만 있다면 막혔던 생각길 하나가 환하게 뚫릴 것이다.
<정진욱 모닝365 사장 ceochung@morning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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