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우기도 전에 말라가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이오벤처업계 관계자들은 그 해법으로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을 하나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바이오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부처는 과기부를 필두로 산자부·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농림부·환경부·교육부에서 정통부까지 총 8개에 달한다. 이들 부처는 경쟁적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이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바이오벤처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다 보니 비슷한 분야에 중복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잘 알려져 있는 일부 연구자에게 자금이 집중되는 등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눈에 보이는 과제에만 지원돼 장기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할 이른바 비인기 분야에는 투자가 거의 없는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최근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디지털전자산업과 김영환 사무관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벤처가 투자하기 힘든 바이오칩 플랜트 시설을 만들고, 이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 구성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BIT 분야에 대한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BIT 개발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단시일 내 성과를 보려는 벤처캐피털들도 문제다.
바이오벤처 한 관계자는 “캐피털들은 길게 잡아 3년 안에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 코스닥 등록 요건을 갖추라는 요구를 강하게 한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투자 관행 때문에 매출을 올리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바이오벤처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의 경우 매출이 거의 없어도 미래 가치만으로 나스닥 상장이 이뤄지는 등 바이오벤처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코스닥 등록 요건을 현재 매출액에서 확대해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평가해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스닥위원회는 “바이오벤처에 대해 별도의 평가기준이나 등록 요건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사고 파는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와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의 구축이 선결돼야 할 과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벤처업계 스스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과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또 인기분야에 몰려 지원금을 따내려 하기보다는 바이오벤처답게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기술개발로 세계적인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사장은 “바이오벤처가 단기매출을 위해 건강보조식품을 만드는 것은 시장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신약이나 DNA칩을 개발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바이오벤처기업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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