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타이틀 가짜 판권 `범람`

 

 국내 DVD타이틀 시장이 복제·변형물인 디빅(Divx)에 이어 최근 가짜판권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DVD타이틀 시장은 복제물인 디빅이 정품 타이틀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어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정품 DVD타이틀 가운데서도 실제로 가짜판권을 기초로 제작된 타이틀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가짜판권이 문제가 돼 한바탕 홍역을 치른 DVD타이틀은 ‘레이더스’ ‘인디아나존스’ ‘테스’ ‘십계’ 등 드러난 것만 10여종에 이르며 파악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짜판권이 문제가 된 영화작품이 버젓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식 등급판정을 받아 시중에 유통되는가 하면 이 때문에 정식판권을 가진 작품은 아예 타이틀로도 만들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어 DVD타이틀 산업의 시장왜곡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DVD산업의 SW역할을 하는 타이틀 시장의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DVD산업 전체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관련산업의 성장에도 적지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스펙트럼디브이디의 경우 자사가 모 업체로부터 사들인 ‘나무를 심은 사람’ 판권 가운데 일부가 문제가 돼 아예 DVD타이틀 발매 계획자체를 취소했으며 ‘늑대와 춤을’ DVD타이틀을 출시한 다음미디어도 이중판권 문제로 인해 수습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최근 DVD타이틀 3부작 시리즈를 출시한 P사는 수만달러를 주고 판권을 구매했으나 실제 판권을 갖고 있는 외국제작사 측의 한 관계자가 한국에 판권을 판매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가짜판권 구설수에 휩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고전이 된 작품이나 제작사가 이미 없어졌다든지 하는 식의 경영권 변화가 일어났을 경우 판권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이기 때문에 가짜판권·이중판권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히 영화판권료가 올라가는 상황을 노려 아예 해외 유명영화의 판권을 위조, 의도적으로 제작사에 접근하는 브로커들까지 활개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더욱이 가짜판권에 문제가 된 작품들이 영등위의 정식 심의를 받아 시중에 유통되면서 진짜 판권을 가진 업체들이 아예 타이틀 출시를 포기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SRE의 경우 자사가 보유한 ‘테스’ DVD판권을 기초로 올 봄에 DVD타이틀로 출시할 계획이었다가 Y사가 가짜판권을 갖고 만든 타이틀을 먼저 시중에 유통시키는 바람에 위로금만 받고 제작·출시를 포기한 케이스다. 파라마운트도 올해 2월 십계를 출시했으나 역시 지난해 말 가짜판권을 기초로 제작된 DVD타이틀의 유통으로 인해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가 등급심의 기관이기는 하지만 일단 등급판정을 받게되면 그 타이틀 자체의 공신력이 부여되기 때문에 가짜판권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영상진흥과 유기선 과장은 “영등위의 업무범위를 일부 저작권 문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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