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열풍` 중국을 가다>대륙에 흐르는 `e韓流`

 천안문에서 자동차로 30분 가량 떨어진 베이징 조양구 야윈촌 주택가의 ‘신뇌멍사 PC방’. 저녁 6시가 지나자 젊은이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모니터가 하나 둘 켜지고 ‘레드문’ ‘미르의 전설2’ 등 낯익은 한국 온라인 게임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은 젊은이들은 헤드폰을 낀 채 게임 삼매경에 빠져든다. 100평 남짓한 PC방에는 어느새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찬다.

 “직장인이 퇴근하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거의 모든 PC가 풀가동 됩니다.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날밤을 새며 게임이나 채팅을 즐기는 사람도 평균 60여명이나 됩니다. 이용자의 60% 이상은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PC방 주인 료위씨(34)는 “올해 초 132석 규모로 확장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올해 말까지 240석 규모로 다시 확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내 PC방 산업이 ‘빅뱅’하고 있다.

 베이징 해정구에 위치한 베이징사범대학 인근 약 400m에 달하는 도로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무려 15개의 PC방이 새로 생겼다. 베이징시에만 크고 작은 PC방은 1만여개를 헤아릴 정도다.

 이들 PC방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펜티엄Ⅲ에 평면 모니터를 기본사양으로 갖추고 있다. 프리미엄 PC방의 경우 ‘VIP룸’에다 LCD모니터까지 지원한다. 프리미엄 PC방의 경우 시간당 6∼12위안(한화 1000∼2000원)으로 보통 PC방보다 2배 가량 비싸지만 저녁 6시 이후면 직장인 이용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텔레콤회사에 근무하는 왕력지씨(29)는 “주로 온라인 게임과 채팅을 즐기기 위해 동료들과 업무가 끝나면 PC방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말이면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을 즐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 PC방 역시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는 마찬가지다. 방과후면 PC방 좌석을 서로 차지하려는 학생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 PC방으로 직행한다는 왕립신씨(26)는 “600위안(한화 10만원)을 내고 아예 PC방 월회원으로 가입했다”며 “주로 ‘레드문’ ‘환세록’ 등 한국과 대만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며 일주일에 100시간을 보낸다”고 소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내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전문업체인 아시아게임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중인 온라인 게임은 27종에 달한다. 한국 온라인 게임도 10종이 서비스중이며 4종이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아시아게임 첸리 부사장은 “중국 인터넷 사용자가 4000만명에 달하고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이나 채팅, 뉴스 검색을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다”며 “특히 한국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이용자수 규모로 전체 70% 가량을 점유하는 등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 유료 서비스중인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는 동시접속자수가 3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레드문’ ‘천년’ ‘드래곤라자’ 등의 국산 게임도 국내 매출과 맞먹는 로열티 수입을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아시아게임의 모회사인 시레인보우 이휘 부사장은 “중국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이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로 무협 등 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게임이 많은데다 로열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롤플레잉 게임뿐 아니라 ‘한게임’과 같은 웹게임 전문 포털사이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씨레인보우가 운영하고 있는 게임포털사이트 ‘아월게임(http://www.ourgame.com)’의 경우 누적회원수가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보다 많은 3000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중국에 온라인 게임 열풍이 거센 이유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린 PC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

 아시아게임 한국사업담당자 이영림씨는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개인 유저들을 상대로만 요금을 과금하기 때문에 PC방에서 유료 온라인 게임을 즐길 경우 PC방 사용료와 함께 온라인 게임 요금도 함께 부담하는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하지만 각 가정에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은데다 PC가격이 일반 직장인의 3개월 월급치에 맞먹을 정도로 워낙 비싸 PC방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도 최근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 역기능이 핫이슈다. 게임속 길드간 전투가 실제 패싸움으로 번지는가 하면 게임중독을 우려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게임 양민 부매니저는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 역기능이 이슈화되면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며 “온라인 게임산업이 활성화된 한국의 경우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베이징=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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