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술고등고시 정원 확대 계획이 주무 부처의 무관심으로 넉달째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에서는 정부의 탁상행정에 의한 생색내기용이 아니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과기부는 지난해 말부터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와 과학기술인 사기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고시의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시안 마련을 뒤로 한 채 책임소재만 떠넘기고 있다.
과기부는 그동안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통해 현재 40여명인 기술고시 정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자체적으로 기술고시 정원을 확대하거나 관계부처에 협조를 위한 공문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기술고시 정원 확대 추진 의미는 ‘확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라며 “기술고시 확대는 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해당 부처의 협조 없이는 정원 확대가 불가능하다며 과기부 등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행자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기술고시 출신 인력을 채용하는 관련 부처가 채용인력을 확대해야 정원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술고시 정원 확대를 표방해온 과기부도 지난해 고작 2명의 기술고시 출신을 채용하는 등 기술고시 인력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기술고시 출신 인사가 고위직에 오르는 경우가 전무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과학기술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땜질처방식 정책보다는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기술고시 출신 인력의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한 관계자는 “5월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과학기술위원회에 보고되는 ‘청소년 이공계 진출 확대 방안’에 기술고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포함될 것”이라며 “위원회에서 기술고시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기술고시 인력 채용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기술고시 정원은 지난해 42명 등 매년 40명 정도로 사법고시(700명), 행정고시(180명) 등에 비하면 턱없이 적으며 전체 고시 정원 인력에서 기술고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 관련 단체는 기술고시의 정원 확대를 촉구해왔으며, 특히 최근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술고시 정원 확대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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