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업종 설비투자 늘려야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투자분위기가 살아나게 마련이다. 요즘이 바로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아직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자부품, 정보통신 등 전자업종의 투자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가 매출액 상위 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계획 변경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200대 기업의 설비투자계획에 비해 삼성전자와 반도체업종을 제외한 국내 30대 기업의 설비투자계획에 큰 변화가 없다. 실제 30대 기업의 설비투자계획 변경규모는 1조5726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14.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에 1조5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이 반영돼 있어 실제 증가액은 726억원에 그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0.7% 증가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다.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생산과 출하·소비가 계속 증가하기 위해선 설비투자가 되살아나야 한다. 특히 전자업종에 한정하더라도 반도체를 제외한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정보통신과 전자부품, 가전 등 전자업종 전분야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야 하는데 실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조사를 보면 설비투자계획을 집행하면서 투자금액을 소폭 조정하는 데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당초 7000억원을 예상했던 전자부품업계는 이번에 7300억원으로 300억원 올려잡았고 정보통신업계도 당초 3963억원에서 4063억원100억원 정도 증액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동안 이 분야의 설비투자비용이 10%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주요 전자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아직까지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가지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설비투자 증가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낙관하기에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시각이다.

 정부도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의 심각성을 알고 각종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활력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세가 퇴조하는 것은 물론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설비투자계획이 경기회복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 조속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설비투자를 하면 수입이 늘어나고 경상수지 흑자가 급속히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가전·전자부품·정보통신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리면 관련 산업계로 혜택이 돌아간다.

 설비투자를 확대하려면 우선 기업주들의 투자마인드가 변해야 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생산체제의 확대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기업이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하라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설비투자업체에 특혜를 줄 수는 없지만 특정분야의 투자에 대해선 세액을 공제해 주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6월말로 끝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이후 추세에 따라 연장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경비지출이 아니라 생산을 확대하고 수요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기업들이 인식해야 실물경기가 계속 호조를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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