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킹 대책 마련 급하다

초고속인터넷 최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국제 해커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국내 최고 등급의 방화벽이 설치된 구청 등 공공기관 77곳이 해킹당했고, 해킹방지 전문업체와 대형 인터넷 업체에도 해커가 침입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국제 해커의 경유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해커들이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일반 PC방·가정·학교 등의 홈페이지를 경유해 다른 나라 사이트를 공격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국내 인터넷 서버를 통한 접속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사이버세계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국제 해커 22명이 해킹한 1만1222건 중 피해지가 확인된 6387건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9%(2497건)로 미국 801건(12.5%), 중국 413건(6.5%), 대만 322건(5 .0%), 루마니아 285건(4.5%), 인도 242건(3.8%)을 크게 웃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3월에 발생한 해킹 피해(월평균 614개)도 지난해 같은 기간(511개)보다 20.2% 증가했다고 한다. 정보통신 환경이 고도화되는 것과는 달리 보안상황이 허술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해킹방지를 위해 설치한 방화벽과 침입탐지시스템 등 우리의 첨단 보안시스템이 국제 해커들에게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업체를 비롯해 정부출연연구기관, 시도교육청, 해킹방지 정보보안업체, 시·군·구 등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국내 최고 등급의 해커침입방지 방화벽이 설치된 서울의 모 구청까지 해킹당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국제 해커들의 제1표적으로 부상한 것은 국민 3명당 1명꼴인 PC보급률, 초고속인터넷 사용자 800만명 돌파라는 기록과는 달리 허술한 보안체계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또 국내 네티즌에 의한 해외 홈페이지 마비사태 등 최근의 집단 사이버시위도 해외 해커들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킹 보안시스템을 갖춘 국내 기업이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화벽 등 이중삼중의 보안장치를 구비하고 있는 외국 기업과는 달리 우리 기업의 보안의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방화벽을 설치한 업체가 20%를 넘지 않을 정도라니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해킹의 특성상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스템내의 중요정보를 도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이용해 다른 시스템에 침입하는 등 피해확산의 우려가 높다.

 이러한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안시스템의 설치와 함께 e메일로 전송한 문서가 위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전자서명의 활용, 패스워드의 주기적인 변경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송신자 메일제목 첨부파일 등이 불확실한 메일은 삭제하고 내려받은 파일은 반드시 바이러스 검사 후 저장하는 등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차제에 강력한 보안대책을 마련해 우리나라가 국제 해커들의 연습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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