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기술의 미래>(14)디지털의료의 미래와 전망

◆김주한 교수 서울의대(화일명 김주한)

 

 ‘병원정보시스템은 죽었다(Hospital information system is dead!).’

 의료정보 선진국들은 병원정보시스템의 종말을 외치며 임상정보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진료기록의 단순 저장·검색을 넘어서 의학인공지능 및 데이터마이닝 등의 지식공학적 방법론들을 적용한 지능형 임상정보시스템의 구축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지능형 임상정보시스템은 다양한 검사정보들을 종합하고 컴퓨터 스스로 환자의 이상을 찾아내 환자나 주치의에게 알려주고, 복잡한 치료과정들이 한치의 오차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기도 한다. 실수로 잘못 입력된 약물의 부작용을 미리 방지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능형 임상정보시스템들은 지난해 미국의학원이 ‘투약 오류가 미국내 1위의 사망원인’이라고 보고한 후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지능형 임상정보시스템 진화의 한 방향은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구축에는 필연적으로 분산된 정보시스템의 통합이란 문제가 수반되며 이는 최근 경영난에 따른 의료기관간 인수합병이 증가하면서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종 정보시스템의 통합에는 필연적으로 통신표준·의학용어표준 등의 문제가 수반된다.

 특히 기존 병원 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보보안, 개인의 진료기록 비밀 보장에 수반되는 고도 암호화 기술과 법·제도적인 문제들도 수반된다. 이 시스템의 구축은 기술적·제도적으로 매우 난이한 작업이지만 일단 완성되고 나면 전체 의료시스템을 바꿀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

 또 다른 진화의 방향은 모바일시스템과의 통합이다. 무선랜과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이용한 병원내 모바일 임상정보시스템의 구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많은 비용이 들고 현재 그 경제성 여부는 시험중에 있어 상용화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실제 필자가 있던 하버드의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협력 연구인 가디언 엔젤 프로젝트는 사용가능한 모든 모바일 인터페이스와 지능형 에이전트 기술을 사용해서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휴대가능한 호주머니 의사시스템을 10년 가까이 연구개발하고 있다.  

 지능형 임상정보시스템과 모바일 기술의 결합은 기존의 영상회의 기반 원격의료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환자가 아플 때마다 진료하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진료의 연속성이 없고 임상정보는 고도로 분절화되어 쓸모없게 된다. 동일한 낡은 모델을 따르는 영상회의 기반 원격진료시스템은 곧 소멸될 것이다.

 즉 현재의 디지털 의료는 고도의 의학인공지능 및 에이전트 기법과, 수직적(환자의 전 인생에 걸친)·수평적(모든 의료기관의 정보시스템이 통합된) 시스템 통합기법과 환자를 중심으로 각 환자에 개별화된 가상의사로 진화하고 있다.

 의료정보기술 통합의 핵심은 환자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통합하는 데 있다. 환자는 집에 앉아만 있고 의사와 병원이 송두리째 환자에게 달려와 모든 진료를 제공하고 돌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꼭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현재의 병원중심 의료체계는 매우 후진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픈 환자가 병원까지 왔다가 또 약국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하는 현재의 행정편의적 의약분업은 그 사회문화적 맥락이 무엇이건간에 매우 후진적인 시스템이다. 마땅히 조화로운 ‘의약협업’이 되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의료시스템이란 결국 아픈 환자를 위해서 존재한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의 의료서비스는 각 요소기술의 통합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까지 개별기술들의 효용성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폭발지연 효과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단순한 영상회의 원격의료나, 의료 콘텐츠 웹사이트 사업들이 반복실패하는 원인인 것이다. 이러한 폭발지연 효과는 모든 정보기술의 도입기에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또한 일단 일정한 역치를 넘어서면, 디지털 의료는 우리가 인터넷 혁명이나 이동전화기 도입에서 경험한 것처럼 문자 그대로 폭발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곧 밝은 얼굴로 다가올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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