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HP 어디로 가나>(1)서비스부문:국내 반응

 휴렛패커드(HP)가 ‘3%의 표차로 통합안이 가결됐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국내 업계의 관심은 ‘통합HP 한국 조직’에 모아지고 있다. 이미 본사 임원진을 비롯한 150명의 지역 책임자를 선임했지만 개별 국가 조직의 CEO와 총괄 이사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HP는 이와 관련, ‘공식적으로는 아무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HP의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 업계에서 추측에 근거한 시나리오를 마치 결정난 사항처럼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사에서 어떠한 발표나 지침을 내리지 않아 현재 상태로서는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현재 심의중인 ‘투표 무효화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날 25일 이후 조직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버 부문 통합이 관심거리=‘신HP’는 국내 IT 산업의 지형을 뒤바꿔 놓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사 모두 PC에서 서버·스토리지·소프트웨어·IT·컨설팅에 이르는 ‘토털 IT솔루션’ 업체로 전방위 IT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에 양사의 합병은 양적인 규모나 사업 내용 측면에서 한국IBM과 견줄만한 조직을 갖추게 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서비스 사업 부문이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으며 PC 서버, 이미지·프린터 부문 등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대형 시스템을 포괄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봐야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양사가 각 분야에 걸쳐 동급의 제품들을 판매해왔기 때문에 유닉스 서버의 라인업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HP는 최근 서버 브랜드 통합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다음달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신제품 및 서버브랜드 통합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때쯤되야 신HP의 서버 전략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컴팩의 ‘프로라이언트’ 서버에 대한 영업 존속 여부가 관심거리다.

 ◇‘신한국HP’가 풀어야할 숙제=임원 인선이나 제품 라인업은 본사 차원에서 풀 문제지만 신한국HP의 조직은 무엇보다 이질적인 두 조직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게 선결 과제다. 양사 모두 연봉제를 채택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외국 기업이지만 두 업체의 기업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HP에는 노동조합이 없지만 컴팩코리아의 노조는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강성’에 속해 향후 조직 통합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국내 노동조합법상 인수 합병 과정에서 노조는 승계되기 때문에 그동안 무노조 정책을 취해온 한국HP 경영진들은 신한국HP에서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사 통합에 따른 공백은 기회다=한국IBM이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경쟁사들은 이번 통합 발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양사 통합을 기회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IBM의 영업 담당자는 신HP와의 경쟁에 대해 “특별히 긴장할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HP의 시너지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지나야하며 그동안의 공백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계산이다. 한국썬 역시 비슷한 셈을 하고 있다. 한국썬의 관계자는 “신HP가 제품 라인업을 발표하면 이에 맞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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