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은 인터넷 미디어 관련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숙제다.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광고 이외의 수입원(유료 콘텐츠)을 찾는 것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온오프라인 신문 및 방송사들도 새로운 독자(시청자)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인터넷사업에서 쏟아부었던 투자비를 건지기 위해 콘텐츠 유료화 만큼 절실한 과제가 없다.
또 AT&T와이어리스 등 이동통신회사들도 휴대폰으로 전자우편과 게임 등을 즐기는 신세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역시 우수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도 ‘콘텐츠의 유료화’에서 골랐다. 편집자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번 보고서(Getting Paid For Contents)를 작성하기 위해 먼저 북미지역에 살고 있는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지 조사했다.
또 이들과 정반대 입장에 놓여 있는 온라인 미디어 관련 업체들도 차례로 방문, 이사 이상 최고경영자(30명)들과 그동안 콘텐츠 유료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포레스터리서치의 베테랑 연구원들이 4명이나 투입됐다. 약 2개월 동안 진행된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한 가장 중요한 소득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 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라는 확신을 갖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성인용 포르노를 비롯해 상품분석정보·주가·전자책 등의 콘텐츠가 비교적 유료화하기 쉽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이번 연구의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뉴스 사이트를 비롯해 백과사전·쇼핑정보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료화가 어려울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 미디어 업계의 더욱 큰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유료화 하는 문제를 하나씩 짚어보기로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미디어 관련 업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우선 지난해 온라인 미디어 업체들의 수입 중 콘텐츠 판매가 50%를 넘었다고 대답한 업체의 비중이 10%에 불과한 통계숫자에서 미국 온라인 미디어 업체들이 처해 있는 암담한 현실을 읽을 수 있다.그림1
관련 업체 경영자들은 “앞으로 2∼3년 뒤에 콘텐츠 판매수입이 늘어날 것(75%)”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또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 미디어 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공짜에 길들여진’ 네티즌들이다. 포레스터리서치가 최근 북미지역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공짜로 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도처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웹사이트가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면 이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90%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입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네티즌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그림2
이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 지불하겠다고 밝힌 요금수준도 아직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콘텐츠를 한번 사용할 때마다 비용을 내겠다는 네티즌들(전체의 6%) 중 가장 많은 응답자들(2%)이 한번 접속할 때마다 “1∼5센트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온라인 콘텐츠를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를 선호하는 네티즌들(8%) 중에도 한달에 평균 1∼2.5달러 또는 2.51∼5달러씩 내겠다고 대답(각각 2%)한 응답자들이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 시장조사회사에서 발간한 보고서가 한 부에 1000달러를 호가하는 것이나 비즈니스위크, 월스트리트 저널 등 정기간행물 구독료(한달 평균 10∼30달러) 등과 비교하더라도 형편없이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면 인터넷 업체들은 앞으로 어떻게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콘텐츠 유료화 전략을 추진해야 하나. 인터넷 미디어 업계가 해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업계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작업까지 끝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은 이미 손안에 쥐고 있는 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인터넷에서 한 번 이상 돈을 내고 콘텐츠를 사본 경험이 있는 네티즌들의 비율이 10%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이들이 인터넷에서 구입한 콘텐츠의 유형을 보면 최근 미국에서 유료 콘텐츠를 찾는 네티즌들의 까다로운 취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성인용 포르노를 찾았던 네티즌들이 전체 응답자의 3.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전문가들이 작성한) 상품분석자료(2.1%), 주식시세(1.7%), 자료기사(1.6%), 전자책(0.9%), 쇼핑(상품)정보·스포츠기사(각각 0.6%), 백과사전(0.5%), 행사중계(0.4%), 종합 뉴스(0.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3
앞으로 인터넷 미디어 업체들이 이러한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유료 콘텐츠 수요는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유료 콘텐츠 보급은 앞으로 24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과 노트북PC 등을 통해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최근 전세계에서 양방향 유료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인구도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그림4
이러한 상황에서 유료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콘텐츠의 가치는 기기보다 주변상황에 더 종속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콘텐츠에 접속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정보를 갖고 소비자들에게 주고 싶을 때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이용한다. 예컨대 자신이 보고 싶다면 아침에 CNN방송을 틀고 점심 때 CNN닷컴에 접속하거나 e메일을 통해 뉴스를 받아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처럼 능동적으로 접속하는 사람들은 ‘매체 충성도’가 높고 또 유료화에 대한 저항도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
둘째 기술의 새로운 물결은 유료화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는 점이다. 휴대폰을 통한 초고속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했을 때 소비자들은 ‘(이들 서비스를) 사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면 좋겠다’는 호감을 갖는다는 점을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알아야 한다.
이제 인터넷 미디어 업체들이 공짜에 맛들여진 네티즌들을 유료 고객(회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살펴볼 차례다. 물론 여기에도 왕도는 없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찾아내 이를 공급해 주는 것뿐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다. 이 회사 모회사인 다우존스는 일찍부터 경제관련 기사를 시간 또는 주제별로 정리한 콘텐츠를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제공해 매달 100만달러의 고정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영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공짜 콘텐츠에 맛들여진 네티즌들 때문에 90년대 말부터 백과사전 판매가 격감하자, 지난해 온라인판 사전을 개발해 유료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승부수를 던져 불과 8개월만에 전세계에서 4만2000명의 회원을 끌어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주요 미디어 업체별 유료 콘텐츠 전략을 정리한다.
△ AOL(복합미디어그룹):현재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미국 최대 케이블TV 네트워크를 거느리고 있는 CNN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션 등이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는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복합미디어그룹은 이들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자들 수요에 맞게 재가공해 제공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모토트렌드(자동차)·마서스튜어트리빙(생활정보) 등 잡지사:풍부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이들 콘텐츠의 가치(정보수집 및 가공비용)는 크게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 콘텐츠를 보완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AT&T와이어리스 등 이동통신회사: 독립적인 콘텐츠회사는 아니다. 이들 회사의 주무기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가입자들이다. 따라서 이들 회사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수집해 가입자들에게 배급해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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