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의 최근 주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30% 가까이 요동을 쳤다.
지난달 20일에는 미국 HP와 컴팩의 합병이 승인쪽으로 기울자 연중 최고가인 1만6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가 하면 그 다음주 터진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합병 불발 소식에 1만2000원대로 급락했다. 이어 10일에는 미국 IBM의 1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1만1000원대까지 주저앉고 말았다. 천국에 머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고 지옥에서 발목을 잡힌 시간은 길게만 느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삼보컴퓨터의 주가는 내재적인 이슈나 펀더멘털에 따른 움직임이기보다는 다분히 외부적 상황, 객관적 여건에 따른 변동으로 분석된다.
삼보컴퓨터는 2001년 결산보고서상 2조6399억원의 매출에 63억72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물론 지난해 극심한 IT경기 침체와 전세계적인 PC수요 냉각에 따라 매출액과 경상이익은 전년에 비해 34.18%와 68.52%씩 줄어들었다.
매출과 경상이익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매출비중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부문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2001년 실적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삼보컴퓨터측의 설명이다.
삼보컴퓨터는 앞으로 HP와 컴팩의 합병이 공식화되면 주문자개발방식(ODM)의 수출 규모 확대는 물론 데스크톱PC에 집중됐던 수출품목을 노트북PC까지 다변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열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안산공장 휴대형 제품 전용라인에서 본격 생산할 자체 노트북PC 모델을 앞세워 HP의 신규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컴팩 주도의 통합 PC 사업 재편은 현재로선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고 멕시코 현지공장을 활용해 물류시간 등을 최소화함으로써 HP의 PC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해나간다는 구상까지 구체화해 놓았다.
권연학 삼보컴퓨터 IR팀장은 “HP와의 긴밀한 파트너 관계가 합병 이후에도 변함없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로서는 노트북PC의 신규 공급과 수출 물량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3월 마지막주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합병 불발도 삼보컴퓨터로서는 유탄을 맞은 꼴이다. 두루넷의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지만 합병 등에 관한 결정권이 전혀 없는 2대주주로서 입어야 할 피해는 아니었다는 것이 삼보컴퓨터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권 팀장은 “지분관계가 얽혀있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사업관계도 없는 기업에 대해 투매현상까지 벌어진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장기적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신중히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에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PC가격 인상 움직임과 서서히 되살아나는 IT경기가 삼보컴퓨터의 향후 주가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PC판매량 증가 추세…수출株로 각광
PC산업이 올해 플러스 성장이 기대되면서 수출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삼보컴퓨터는 올해 주목받을 기업으로 평가된다.
1분기에 잠정 집계된 삼보컴퓨터의 PC판매량은 86만9000대로 전년동기 대비 9.9% 증가하는 등 지난해 4분기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삼보컴퓨터의 최대 거래선인 HP와의 관계가 좋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삼보컴퓨터가 HP에 납품하는 물량이 즐가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03년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현지법인인 TGA 관련 손실을 2001년에 지분법우발손실로 미리 반영해 향후 이에 대한 부담을 덜었으며 유상증ㅈ가 실시되면 차입금 감소로 이자비용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증권 권성률 연구원 sr.kwon@hrcvi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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