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아장닷컴(4)

 “우리 딸이 열렬한 아장 팬이야, 내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좋아해.”

 오프닝 완성 테이프를 필자에게 처음 보여주는 자리에서 아장닷컴의 메인프로덕션 연출과 작화를 맡았던 이학빈 감독이 크게 웃으면서 내뱉은 말이다.

 이렇게 자랑스런 심정을 느끼게 되기까지 이학빈 감독을 비롯한 메인 프로덕션의 제작스태프들은 콘티·레이아웃·원화·동화·배경·디지털 작업 등 제작 전 과정에 걸쳐서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 프리프로덕션에서 진행한 캐릭터 비례·컬러·배경설정 등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메인 프로덕션 애니메이터들의 부담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특히 머리와 몸체가 동비례인 2등신 캐릭터들의 액션동작에서 큰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정적인 동작에서는 2등신의 원래 비례를 사용하지만 순간순간의 과감한 액션 동작에서는 비례를 파격해서 눈에 안띄게 늘였다 줄였다하는 제작 트릭까지 구사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고 혹은 인상깊게 보이기 위해서 고민하는 애니메이터들의 노력이 점차 아장닷컴의 주인공인 아장 몸동작의 호쾌함과 독특함으로 전환됐다.

 이학빈 감독은 아장과 여자주인공인 소리 등 액션을 구사하는 캐릭터의 동작에 태권도 동작을 응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학빈 감독의 의도는 아장닷컴 이전에 총감독을 맡았던 태권왕 강태풍의 액션 연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학빈 감독은 태권도 동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작화하기 위해서 실제 태권도 유단자들의 동작을 직접보며 동작을 연구했다. 그 연구의 성과가 태권왕 강태풍을 거쳐 아장닷컴에 고스란히 넘어왔다. 그런데 이 효과는 주로 남자어린이 시청자층에 인기를 끈 태권왕 강태풍과는 전혀 다르게 작용했다. 태권도 도복이 아니라 노란 고무줄로 하얀 기저귀를 찬 주인공 아장의 발차기, 주먹질은 그 과감한 동작에 코믹함과 깜찍함이 입혀져서 여자어린이 시청자층도 확실히 끌어들이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아장닷컴의 메인프로덕션에는 하얀마음백구의 제작 스태프들도 대거 참가하고 그 창작의 경험이 아장닷컴의 제작에 적극 활용됐다.

 이것은 아장닷컴의 메인프로덕션 제작사가 태권왕 강태풍을 제작한 스톰애니메이션과 하얀마음백구를 제작한 마고21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고21의 문성철 디지털 감독은 아장닷컴의 인터넷사이트 공간과 컴퓨터 모니터 효과 등에서 새로운 디지털 효과를 많이 시도했다. 당시에 문 감독은 아장닷컴 디지털 제작을 진행하며 올 겨울 개봉예정인 극장용 장편 오세암의 디지털 효과도 준비하고 있었다.

 기상이변을 소재로 해서 눈 내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10편의 작업이 진행될 때의 일이다. 문 감독이 오세암을 위해 준비한 디지털 효과를 아장닷컴을 통해 먼저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의욕을 내비쳤다.

 “오세암에 사용하려고 고심해 만들어 놓은 효과인데…, 잘만 나오면 눈내리는 장면이 정말 실감날 거예요. 한번 아장닷컴에 써보죠. 시간이 좀 없긴 하지만요.”

 “그래요, 해보죠.”

 문 감독의 의지에 동화돼 간단히 답한 필자는 더빙과 녹음 그리고 방송스케줄의 마지노선이 코앞에 다가오는 현기증을 느꼈다. 문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그 효과는 기상청 사이트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공적으로 날씨가 조작된 뒤 여름의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내리는 장면에 사용됐다.

 눈내리는 그림이 3, 4겹 겹치면서 눈이 사실감있고 입체적으로 떨어지는 효과가 화면에서 멋지게 살아났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한장 한장 디지털로 촬영해 이어 붙이는 랜더링 시간이 2배 더 들고 말았다. 하루 말미를 더 얻어 스케줄을 정리하고 추가작업을 했지만 결국 최종 약속일을 또 넘기며 필자는 녹음실과 KBS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가슴을 떨어야 하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이병규 미지온엔터테인먼트 PD elazen@miz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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